기진맥진해 있는 산모 옆에 핏덩이 태아가 놓여 있는 한 장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중국인들은 물론 전세계인의 공분을 샀습니다. 게다가 해외 언론의 취재에 응했다는 이유로 현지 정부가 이 부부를 '매국노'로 몰아부치고, 공무원들이 부부의 집 앞에서 행패를 부린 사실도 알려지면서 더 큰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떠올랐지만 중국은 "역시 인권 후진국"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파문이 커지고 펑씨 부부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자, 중국 정부는 낙태를 강제한 해당 공무원을 해고한 데 이어, 이 부부에게 7만 600위안(약 1천만 원)의 합의금을 주고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려 하고 있습니다. 펑씨 사건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강제 낙태 사례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푸젠성 다지진에 사는 판춘옌(30살) 씨도 임신 8개월째인 지난 4월 한 병원에 끌려가 주사를 맞고 이틀 뒤 사산했다고 폭로했습니다. 판 씨의 남편은 공무원들이 찾아와 낙태하지 않으면 4만 5천 위안(약 8백만 원)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위협했다고 밝혔습니다. 판씨 부부 역시 변호사를 선임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이들 펑 씨와 판 씨 부부가 당한 고통과 비극은 지난 32년 간 중국에서 다반사처럼 벌어져 온 사건 가운데 빙산의 일각' 입니다. 비극의 근원에는 중국 정부의 '한 자녀 정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1980년 중국 정부는 소수 민족과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중국의 모든 가정에서 자녀를 한 명밖에 낳지 못하게 하는 산아 제한령을 공식 실시했습니다. 감당하기 힘들 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억제하겠다는 정책 목표는 선명했습니다.
'한 명만 정관 수술 받으면 온 가정이 영광'
'아이 하나 더 낳으면 무덤 한 개 는다'
'피바다가 될지언정 한 자녀 이상은 불허'
이런 섬뜩한 표어들이 80년대 중국 농촌 담벼락 곳곳에 나붙었습니다. 그리고 한 켠에선 불법(?)으로 잉태된 무수한 생명들이 세상 빛도 보지 못한 채 사그라졌습니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가혹한 '한 자녀 정책' 시행 덕분에 지난 30여 년간 4억 명이 덜 태어났습니다.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인구 전체와 맞먹는 숫자입니다. 하지만 인구만 억제했다고 능사는 아니어서 반인륜적인 강제 낙태는 물론 갖가지 부작용이 중국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 다음 글에 계속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