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민 울리는 사금융의 폐해를 짚어보는 순서. 오늘(10일)은 빌린 돈 뿐 아니라 안 빌린 돈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악덕 사채업자들의 교묘한 수법을 고발합니다. 업자들이 대출을 해주면서 공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채무자들을 옥죄는 사기 소송의 덫이 되고 있습니다.
박민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이 모 씨는 사채업자에게 800만 원을 빌리면서 1천만 원짜리 공증을 요구받았습니다.
[이 모 씨 : (이상한 생각은 안 하셨어요?) 했죠, 왜 800만 원인데 왜 천만 원을 써 달라고… (사채업자는) 뭐 잘못될까 봐 1천만 원을 쓴다는 거예요.]
중간에 현금으로 400만 원을 갚았지만 연체가 시작되자 사채업자는 공증 서류를 근거로 1천만 원을 모두 갚으라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습니다.
[공증서류를 그걸 또 갖고 있다가 집에 또 압류를 붙이고, 그걸 또 빌미로 해 가지고 나한테 또 계속 목줄을 조르고 그러는 상태거든요.]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는 정 모 씨도 후배한테 비슷한 사건을 의뢰받았습니다.
등록 대부업체로부터 1차로 500만 원 대출받고 다 갚았는데, 2차로 빌린 200만 원을 연체하자 대부업체는 처음 공증서를 근거로 500만 원을 갚으라고 소송을 건 겁니다.
[정 사무장 : (대부업체에) 어떻게 된 거냐? 사기죄로 고소를 하겠다고 했더니 그 회사는 '고소장을 접수 안 해주시면 소송을 취하해 주겠습니다.'라고 그쪽에서 답변이 돌아온 거죠.]
[사금융 업체 직원 : 고객이 겁 많고 돈 모르고, 대출에 대해서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잖아요. (사채업자들은) 그런 사람들은 딱 말해 보면알아서… 진짜 없는 사람 돈을 피 빨아먹는 거 같은 거예요.]
심리적으로 쫓기고 법적 대응에 나설 여력이 없는 채무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채권액 부풀리기가 기승을 부리는 겁니다.
[천경득/변호사 : 이런 행위는 법원을 기만하는 것으로 소송사기이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돈을 갚을 때는 은행에서 송금하거나 부득이 현금으로 갚을 때는 영수증을 반드시 챙겨놔야 합니다.]
채무자 입장에서 공증 서류는 족쇄가 되기 때문에 섣불리 해주지 말아야 합니다.
공증이 불가피하더라도 돈을 빌려주는 쪽에 위임하지 말고 원금과 이자율, 상환일 등을 분명히 해두는 게 피해를 예방하는 길입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주 범, 영상편집 : 최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