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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002년의 추억…히딩크 품에 안긴 박지성

[취재파일] 2002년의 추억…히딩크 품에 안긴 박지성
"어렸을때랑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구요. 20대 초반에는 충분히 해도 될만한 세리머니였는데, 30대가 넘으면 하면 안되는 세리머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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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 올스타와 2012 올스타의 대결로 펼쳐진 K리그 올스타전이 끝난뒤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과 나눈 '포옹 세리머니'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물론 웃으면서 말입니다.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린뒤 박지성은 벤치로 달려가 '펄쩍 뛰어' 히딩크에게 안겼습니다. 이번에는 그때만큼 '격하게' 안기지는 않았죠.

히딩크의 어퍼컷 세리머니, 그리고 박지성과 히딩크의 포옹 장면은 2002월드컵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올스타전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그라운드에서 함께 한 선수들도, 팬들도 한동안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을 다시 한번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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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FC서울 감독은 2002 올스타팀의 첫 골 주인공이 됐습니다. 경기 전날 공식연습때 가장 날카로운 슈팅 감각을 뽐내더니 기어이 골까지 터뜨렸습니다. 이탈리아 악동 발로텔리의 '상의 탈의' 세리머니를 패러디해 팬들을 즐겁게 했는데, 어쩔 수 없는 뱃살을 드러내 '용수텔리'에서 졸지에 '뱃살텔리'가 돼 버렸습니다. 

하프타임에는 특별한 승부차기 이벤트도 열렸습니다. 2002 월드컵 스페인과 8강전 승부차기의 감동이 재현됐습니다. 당시 스페인전 키커로 나섰던 황선홍-박지성-설기현-안정환-홍명보가 그때와 똑같은 순서로 나섰습니다. 당시에는 한명도 실축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안정환이 장난스럽게 왼발로 차려다 실축을 했고, 홍명보는 유로2012에서 화제가 됐던 일명 '파넨카 킥'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박지성을 비롯해 몇명은 현역 선수로, 그리고 나머지는 감독과 코치, 해설자 등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30~40대 들이지만 이날만큼은 10년전 '월드컵 태극전사'로 돌아갔습니다. 현역때보다 무거워진 몸, 둔해진 발놀림이어도 '역전의 용사'들은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고, 2012 올스타팀 후배들도 설렁설렁 뛰지 않았습니다. 그게 선배들에 대한 진정한 예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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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02년 월드컵때 히딩크 감독의 외면을 받았던 이동국은 한풀이라도 하듯 해트트릭을 작성했습니다. 2002년의 주역은 되지 못했어도 2014년 월드컵을 향해가는 현 대표팀의 주축이라는걸 골잡이답게 '골'로 말했습니다.    

그동안 야구나 농구,배구 등 다른 프로 종목 올스타전에 비해 별다른 볼거리가 없었던 K리그 올스타전이었지만 올해만큼은 기획과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 하늘의 도움(?)도 약간 있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려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프로야구가 4경기 모두 취소돼 팬들의 관심이 올스타전으로 더 쏠렸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3만7천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 축제를 함께 즐겼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앞으로 10년뒤 '20주년 기념 경기'가 또한번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때가 되면 히딩크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돼 있겠군요. 히딩크는 1946년생, 우리 나이로 67세입니다. 아마 박지성 선수를 비롯해 지금 현역으로 뛰는 2002년 멤버들도 모두 은퇴를 했을 것이고, 최용수 감독의 뱃살도 더 두둑해져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그런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세월은 지나도 추억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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