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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타들어가는 농심…반세기만의 '기우제'

<앵커>

이렇게 최악의 가뭄이 계속되자, 강원도의 한 마을에선 50년 만에 기우제까지 지냈습니다. 요즘같은 세상에 웬 기우제인가 싶다가도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을 한번 믿어 보고 싶습니다..

G1 강원민방에 김기태 기자입니다.



<기자>

3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이종환 씨는 요즘 하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두 달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마을의 유일한 젖줄인 개울이 말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운기를 이용해 개울물을 끌어다 밭에 연신 물을 줘 보지만, 타들어가는 대지를 적시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종환/농민 : 흘러가는 물도 자체가 아깝고. 바가지라도 퍼서 갖다가 주고 싶은 심정이야.]

옥수수 등 농작물도 대부분 말라죽고 있고, 생활 용수도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입니다.

이 마을의 경우, 계곡이 마르면서 마을 간이 상수도에 하루 두차례씩 소방차로 물을 지원받고 있지만, 화장실조차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조홍식/홍천소방서 소방장 : 아침·저녁 하루 2~3회 가량 약 6t가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가뭄이 계속되어서 저희도 걱정입니다.]

계속되는 가뭄에 참다 못한 춘천의 한 산골마을에서는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기우제까지 지냈습니다.

"21세기에 무슨 기우제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자식같은 농작물이 죽어가는 걸 더 이상 볼 수 없어 간절한 마음을 모았습니다.

[배기홍/춘천시 북산면 물로리 이장 :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주민이 다 함께 합심해서 정성껏 목욕 재게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기우제를 치렀으니까 비가 오리라고 100% 믿습니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북상하는 주말쯤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지만, 바짝 마른 하천과 메마른 땅에 타들어가는 농심까지 시원하게 적셔줄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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