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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계 최대 경매 시장…거품론 '모락모락'

하룻밤 거래 금액, 우리나라 1년치 넘어

[취재파일] 세계 최대 경매 시장…거품론 '모락모락'
하룻밤에 천억 원. 거래 금액이 크다는 말은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중국 예술품 경매 시장 이야기입니다. 베이징 바오리, 영어로는 폴리 옥션이라고 중국에서는 꽤나 유명한 경매회사입니다. 말로만 듣던 중국 경매 시장을 직접 취재할 기회가 생겼고, 그것도 거래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밤 경매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베이징 시내의 한 고급 호텔에서 야간 경매가 열렸는데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중국돈으로 백만 위안, 우리 돈으로 대략 2억 원 가량의 보증금을 내야 했습니다. 거래되는 작품에 따라 보증금이 다른데 낮 경매의 경우 대략 5만에서 20만 위안(천만 원~4천만 원)가량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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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는 저녁 6시반에 시작될 예정이었는데 경매 회사측에서 준비한 좌석 5백 개가 짧은 시간에 동이 나버려, 서서 경매에 참여한 사람도 꽤 많았습니다.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에 '큰 손'들이 많다는 뉴스를 많이 접하기도 하고, 또 전하기도 했지만 2억 원짜리 '입장권'이 매진될 정도라니 새삼 놀랐습니다.

경매에 나온 작품들은 명, 청 시대 골동품 234점이었습니다. 경매 당일에는 실제 작품을 경매 현장에서 볼수는 없고, 스크린에 작품을 띄어 놓고 경매가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신 경매에 앞서 작품들을 미리 선보이는 프리뷰 행사를 통해 경매 참여자들은 실물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매가 시작되자, 출품작마다 가격이 숨가쁘게 올라갔습니다. 경매사의 가격 콜을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가격은 순식간에 몇천, 몇억 원씩 상승했습니다.

이날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청나라 건륭황제가 쓰던 옥새였는데 경매 시작가가 무려 3천 2백만 위안 우리돈으로 64억 원이었습니다. 역시 경매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고 5천만 위안을 단숨에 넘더니 최종적으론 6천만 위안에 낙찰됐습니다. 

통상 낙찰가에 경매회사 수수료와 취득세 등이 15% 가량 붙기 때문에 최종 낙찰가는 6천9백만 위안, 우리돈으로 138억 원 가량이나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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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경매 참여자에게 낙찰됐는데, 경매 규정상 낙찰자는 물론 경매 참여자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진다고 합니다. 때문에 경매 전 과정을 지켜보고 촬영하기는 했지만, 경매 참여자나 낙찰자의 앞 모습은 촬영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뒷모습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중국 예술품 경매 시장은 말그대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야간 경매가 열린 이날 하룻밤 거래 금액만 무려 1020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예술품 경매 시장 규모 918억 원 보다도 많은 금액입니다.

지난해 중국 예술품 시장 규모는 17조원에 달하는데, 201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뒤
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은 세계 시장 점유율 39%, 다음으로 미국이 25%, 영국이 20%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지난 1978년 개혁 개방을 시작한 이래 30년 넘게 매년 10% 안팎의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해 중국인들의 주머니에 돈이 넘쳐나는데, 특히나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중국의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자 투자할 곳을 잃은 자금들이 예술품 투자에 몰리면서 엄청난 자금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과 기업은 물론 예술품 투자 펀드까지 조성돼 투자를 하고 있으니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이른바 묻지마 투자식으로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면서 갖가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우선 가격 '거품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가운데 한 명인 리커란 화가의 작품가가 지난 10년 동안 무려 100배 이상 뛰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거품이 곧 꺼질거란 얘기가 시장 주변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또 한 해에 경매에 나오는 작품들이 25만여 점이 넘기 때문에 위작 논란도 끊임 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너도나도 경매에 뛰어들고, 경매품을 앞다퉈 내놓다 보니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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