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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소년단 2만 명 평양 집결…김정은의 '미래' 투자

[취재파일] 소년단 2만 명 평양 집결…김정은의 '미래' 투자
북한 전역에서 온 소년단원 대표 2만 명이 6월 3일 평양에 모였다. 8일까지 계속되는 소년단 창립일(6월 6일) 66주년 기념 행사에 참가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에서 보통 꺾어지는 해 즉 5년 단위 10년 단위의 기념일을 크게 경축해 왔던 관례로 보면, 왜 하필 66주년을 기념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아마도 ‘6.6절’이라는 날짜적인 특성이 감안된 듯 하다. 북한에서 소년단은 만 7살에서 13살까지의 아동들이 가입하는 조직으로 대개 소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4학년까지의 학생들이 가입한다.

북한은 ‘6.6절’ 66주년을 대규모로 경축하기로 결정한 이후, 조선중앙TV를 통해 이번 행사의 특별한 의미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보도’를 통해 하루도 빠짐없이 이번 행사를 맞이하는 전국 각 학교의 반향을 전하고 있고, 지방 학생들의 평양 출발 소식과 평양의 준비상황 등을 전하는 특별 프로그램도 편성되었다.

조선중앙TV에 나온 북한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번 행사가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 행사라고 말한다. “(이번 행사를) 우리 당과 조국 역사에 특기할 대사변으로 인류 역사에 전무후무한 대경사로 맞이하게 된다”(평양 제1중학교 교장) “우리 당 역사는 물론 세계적인 판도에서 보더라도, 규모나 내용이나 기간적으로나 세상에 찾아볼 수 없는 행사이다”(김일성 사회주의청년동맹 중앙위 비서)

전국 각지의 학생들을 평양으로 불러올리기 위해서는 북한의 모든 교통수단이 동원되었다. 특별열차와 선박은 물론 비행기까지 학생 수송에 나선 것이다. 함경도 평안도의 시골 지역에서 평양 구경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데, 북한에서는 희귀한 교통수단인 비행기까지 동원해 아이들을 평양으로 수송하고 있으니, 대표단으로 뽑힌 아이들 뿐 아니라 부모와 친구들까지 눈이 휘둥그래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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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평양에서 8일까지 머물면서 금수산태양궁전과 만경대 김일성 주석 생가, 대성산혁명열사릉 등 평양 시내 곳곳을 참관한다. 또, 개선청년공원(놀이공원)에서 놀이시설도 타보고 중앙동물원에서 동물 구경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도 보내게 된다. 북한 최고의 냉면집인 옥류관에서 냉면도 먹어볼 예정이며, 집에 돌아갈 때는 선물 보따리도 준비될 것으로 보인다. 행사의 규모나 성격으로 볼 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행사에 참가해 소년단 대표들을 만날 것이 확실시된다. 

소년단 창립 66주년 기념행사에 숨은 뜻은?

전국의 소학교와 중학교 학생 2만명이 평양으로 모이는 대대적인 경축 행사, 북한은 왜 갑자기 66주년이라는 애매한 시기에 이러한 행사를 기획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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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김정은 제1비서가 계속해서 추구하고 있는 ‘김일성 따라하기’의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통일부의 공식자료에는 북한이 소년단 창립 행사를 이처럼 대대적으로 경축한 기록이 없지만(즉, 북한이 공식적으로 소년단 창립 경축행사를 보도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임) 탈북자들은 김일성 시절 적어도 수 차례 이같은 경축행사가 있었다고 말한다.

먼저, 1961년 소년단 창립 15주년을 맞아 김일성 주석이 전국의 소년단원들을 초청해 대규모 경축행사를 베풀었다고 한다. 국내에 있던 탈북자 가족중에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사람이 있는데, 김일성이 직접 행사에 참가해 소년단원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또, 김일성 사망 직전인 1994년 6월 6일에도 조선소년단 제5차대회라는 이름으로 소년단 창립 경축행사가 있었는데, 김일성은 행사 다음날 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94년의 행사가 조선소년단 제5차대회로 명명된 것으로 볼 때, 제1차 대회에서 제4차 대회까지가 있었을 것으로도 추정된다.

이렇게 간헐적으로 치러지던 소년단 창립 경축 행사는 김정일 집권 시기에는 사라졌던 것으로 보인다. 집권 직후 직면한 ‘고난의 행군’ 등으로 인해 김정일 위원장이 아동들에게 신경을 쓸 만큼 정신이 없었을 수도 있고, 애초부터 아동들에 대한 관심이 김일성만큼 높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축 행사를 김정은 비서가 다시 치르겠다고 나온 것이다. 김일성 시대의 소년단 창립 경축 행사를 기억하는 북한 주민들로서는 김일성의 이미지를 다시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어린이들은 나라의 왕’이라고 강조한 김일성 주석의 ‘소년사랑’을 다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김일성처럼 뚱뚱한 체구에, 한 손을 고정시킨 채 다른 손으로 박수를 치는 모습, 공개장소에서 다시 시작한 대중연설, 중절모를 착용한 최근의 현지지도에 이어 ‘김일성 따라하기’ 전략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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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소년단 창립 경축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르게 된 둘째 이유는 이번 행사에 참가한 소년단원들과 부모, 교사들의 인터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조선중앙TV가 전하는 행사 관련 소식에서, 이들은 한결같이 ‘평범한 노동자의 자녀’ ‘평범한 농민의 자녀’ ‘평범한 등대원의 자녀’들을 비행기와 특별열차까지 동원해 평양으로 불러주는 김정은 비서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조국의 구석구석에 사는 평범한 주민 자녀들까지 배려하는 따뜻한 지도자의 마음, 이것은 바로 온 인민을 자식처럼 사랑하는 어버이의 마음이다. 28살의 김정은 비서를 어버이로 부르기에 어색하지 않은 소년단원들을 통해, 김 비서를 북한 인민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주는 인자한 어버이의 이미지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의 ‘미래’를 위한 투자

대대적인 소년단 경축 행사가 기획된 세 번째 이유는 ‘미래 세대에 기반한 김정은의 권력 확립’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노동자의 자녀를 평양으로 불러주는 김정은 선생님’에게 무한한 충성을 다짐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북한이 이번 행사를 기획한 핵심적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김정은 비서가 김일성과 김정일의 뒤를 이어 1인자 자리에 올라있다 하나, 이는 원로들의 후원에 힘입은 것일 뿐 아직은 김정은 스스로가 확고한 권력기반을 가지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원로들이 생존을 위해 김정은을 뒷받침하긴 하겠지만, 이들이 자신보다 나이 어린 젊은 지도자에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충성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으로서는 향후 20-30년을 내다보았을 때 스스로의 확고한 권력기반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자신을 목숨으로 보위할 수 있는 지지기반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김정은으로서는 지금의 소년단원들이 그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철모르는 아동들을 감동시킬 대규모 행사를 통해 인자한 어버이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고 그들에게 자발적인 충성심을 고취시킴으로서 미래의 권력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이번 소년단 창립 경축행사는 김정은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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