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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회의원 K씨의 다음 고소 대상(?)

윤동천 작가의 '똥바가지'

지난해 말 '연예대상', '가요대상' 등 각종 시상식을 앞두고 '개그대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에 오른 사람이 있습니다. TV에 자주 나오는 개그맨이 아니면서도 온 국민을 웃겨주신 분, 다름 아닌 국회의원 'K씨' 입니다. 풍자 개그를 한 개그맨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바로 그 개그를 한 '그 분'이죠.

국민들을 한바탕 시원하게 웃겨준 그 분, 그 분의 후속 목표물이 또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전시장에 있습니다. 바로 윤동천 작가입니다.

윤 작가의 작품은 제목부터가 '정치가를 위한 도구들', '정치가 연작'입니다. '정치인'을 제목으로 단 작품들이 아예 전시장 1층을 점령해 버렸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정치가를 위한 도구들 연작 中 부분, 2011           

사실 저는 이 세대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는데, 몇 년 앞선 선배 세대만 해도 이 오브제가 익숙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바로 뒷간에서 똥을 퍼내는 '똥바가지'입니다. '정치가를 위한 도구들' 시리즈 가운데 한 작품인데, 정치인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일까요, 아니면 정치인들에게 주고 싶은 물건일까요.

               

                                       정치가를 위한 도구들 연작 中 부분, 2011           

역시 '정치가를 위한 도구들' 시리즈입니다. 우리나라의 시장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파리채부터, 디자인 인테리어 소품으로 유명한 이케아의 파리채까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보통 파리채는 그 용도 그대로 파리를 잡는 데 쓰거나, 아니면 부모님한테 매를 맞을 때 쓰이는 게 보통이죠. 뭔가 때려잡는 용도의 물건인데, 저렇게 예쁜 빛깔을 띠고 있다니, 단지 때리는 데만 쓰기엔 뭔가 아깝기도 합니다.

                                  

                                    정치가-공약, 애드벌룬, 지름 2m×3개, 2011

전시장 한 쪽 벽면에 둥둥 떠있는 애드벌룬입니다. 정치가들이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걸까요. 작품 제목을 보면, 그건 '절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죠.

                  

                                 정치가-오리발, 오리발, 쇠봉, 크기 가변적, 2011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내미는 것'은 뭘까요. 벽에 걸린 작품 그대로입니다. ‘오리발’이죠. 전시 취재를 함께 간 카메라 기자가 수중취재팀에 속해 있기 때문에, 장비에 대해 좀 아는데, 저 오리발은 꽤 비싼 거라고 하네요. 국민들의 비싼 세금을 받으면서 내미는 오리발이기 때문일까요.

               

 정치가-오직 보이는 것(Politician-Only Things to Be Seen), C-print, 각각 120×80cm, 2011

192마리의 사진입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딱 보면 윤 작가의 생각이 전해집니다. 이심전심입니다. 하지만, 제가 개를 키워봐서 아는데, 개는 주인의 말을 참 잘 듣습니다. 충성심도 강합니다. 또, 거짓말도 하지 않습니다.

사회 참여로 ‘민중예술가’로도 알려진 임옥상 작가의 작품도 같이 보시죠. 임 작가의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작품입니다. 신문에 자주 등장한 ‘핫’한 인물들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눈에 익은 사람들의 얼굴이 많이 보이죠. 그런데 얼굴이 꼭 우리가 아는 그 얼굴만은 아닙니다. 뭔가 그냥 매스컴을 통해 본 얼굴보다 일그러져 보이기도 하고, 표정도 이상하고 그렇죠. 임 작가의 사심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물을 보면 딱 드는 생각이 반영됐기 때문이랄까요.
 

                                    

                                나무아미타불, Oil on Canvas, 330*240cm, 2010

게다가 이 초상화가 배치된 형태도 심상치는 않습니다. 뭔지 아시겠나요? 바로 불교의 만(卍)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불교적인 의미는 없습니다만, 앞에서 이 작품을 보고 뒤로 돌아가면 그 형태가 기가 막히게 바뀝니다. 바로 나치의 표시가 나오는 것이죠. 손바닥 하나를 뒤집는 것에 불과한데, 의미는 완전히 뒤바뀝니다.

또, 이 작품의 뒷면은 '슈퍼미러 철판'으로 제작됐습니다. 반질반질한 것이 딱 거울처럼 관람객의 얼굴이 그대로 비치는 것이지요. 내 얼굴이 얼마나 예쁠까....... 이걸 보게 한 건 아닙니다. 나치의 형상에 내 얼굴이 비친다....... 내 안에 숨은 '파쇼'는 없는지, '너 자신을 알라'는 작가의 조언입니다.

윤동천과 임옥상, 두 작가는 촌철살인 같은 작품들을 보여줍니다. 굳이 말로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 K씨에게 고소당한 개그맨도 그랬겠지만, 두 작가는 단지 ‘비난’만을 하고 싶은 마음은 아닐 것입니다. ‘너네 지금 이렇게 보여. 반성해라’ 라는 따끔한 충고이겠죠. 자기 얼굴에 묻은 때는 보이지 않기에, 작품을 거울처럼 그들 앞에 내민 것이겠죠.

말만 해도 '명예훼손'인데, 아예 '똥바가지'를 내밀었으니, 이건 더 큰 '명예훼손'이 되는 건 아니겠죠. 똥도 안 뿌렸는데, 지레 냄새가 나서 일을 못하겠다고 '공무방해 미수'라고 하거나, 비싼 옷이 망가질 수 있다고 '재산손괴 미수'라고 주장하지는 않겠죠. 개그는 개그일 뿐!! 예술은 예술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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