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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원 가기 무서워요"

-전국/서울시 공원범죄 실상을 취재하고

[취재파일] "공원 가기 무서워요"
공원 종종 가시는 편인가요? 서울시가 앞으로 3년 동안, 시내 공원을 150개 이상 확충하겠다는 청사진을 최근 내놨습니다. '서울시민 누구나,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공원을 갖게 하겠다'는 게 이 계획의 목표입니다. 빽빽한 도시공간의 쉼표, 허파 같은 공원을 그렇게 누구나 편리하게, 집 근처에서 이용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이렇게 시민의 쉼터가 돼야 할 공원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꽤 많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최근 서울시 취재 과정에서, 경찰들이 공유하는 범죄정보관리시스템에 기록된 통계를 바탕으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분석한 전국 공원범죄 현황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공원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많고, 그 가운데 강력범죄가 적지 않다는 것에 좀 놀랐습니다.

지난해 전국의 도시공원에서 발생한 범죄만 5,420건. 2001년 2,476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거죠. 10년 동안 공원이 그만큼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공원 1개당 범죄 발생 건수도 2003년 0.26건에서 2010년엔 0.3건으로 늘어났습니다. 범죄발생률 자체가 높아진 거죠. 특히 형사정책연구원은 연구보고서에서 "2003년에 조성된 공원과 2010년에 조성된 공원은 환경·관리·시설 등에서 조건이 다르고, 공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만큼 개선됐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관리 수준이나 시설이 여러모로 나아졌으면 범죄율도 감소했을 법 한데, 실상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공원범죄 3만 9천여 건을 분석해보면, 폭력/절도/강도 등 이른바 7대 범죄가 3만 1천여 건으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 중 폭력 사건이 73.9%로 압도적으로 많았고요. 그 다음은 단순 절도가 19.4%로, 폭력과 절도가 공원 범죄의 90%를 넘습니다. 그 밖에도 성폭행, 강도, 마약, 살인과 방화 등 초강력(?) 범죄들이 10년간 공원에서 적지 않게 발생했습니다.

두 번째로 주목할 점은, 공원면적과 공원범죄 발생 빈도의 상관 관계가 별로 없었다는 점입니다. 공원이 얼마나 많으냐와 상관 없이, 지역적 편차가 크다는 거죠. 전국에서 가장 공원범죄가 적은 지역으로 꼽힌 제주와 울산의 경우, 도시공원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많은 편이었습니다. 특히 울산은 인구 천명당 도시 공원 면적이 경남에 이어 2윕니다. 그런데도 7대 특별시와 광역시 중에서 유일하게, 지난 10년 간 공원범죄 발생 건수 합계가 1천 건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전국에서 공원 면적대비 범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어딜까요? 서울입니다. 2010년으로 기준으로 도시공원 1천㎡당 연간 0.224건이 발생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2위는 광주입니다). 10년간의 공원범죄 건수로 따져도, 서울과 경기, 즉 수도권 공원범죄를 합치면 전국 공원범죄의 51.3%에 이릅니다.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공원범죄 3만 9천여 건 중 3분의 1이 서울에서 발생하기도 했고요. 특히 10년간 공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105건 중 47건이 서울에 집중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2004년 보라매 공원 살인처럼, 여전히 세간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는 사건들이 생각나죠.

                   


서울시 안에서도 역시 편차가 컸는데요, 10년간 서울시 안에서 공원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구는 종로구로 1,401건. 서울 전체 발생 건수의 11.5%를 차지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영등포가 1,076건이었습니다. 가장 적은 곳은 도봉구로 10년간 217건, 전체 1.7%에 그쳤고요. 그 다음은 성북 229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도시공원 면적별로 따지면 순위가 또 달라져서, 영등포와 동대문이 차례로 가장 공원범죄율이 높게 나타났고요, 가장 공원범죄 발생률이 적은 지역은 서초, 강남, 성북 순이었습니다. 특히 서초의 경우 공원 단위면적당 범죄발생 건수가 0.02건으로 영등포구의 73분의 1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안에서도 이렇게 편차가 큰 만큼, 좀 더 깊이있는 취재와 연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아무튼 서울시가 공원 안전에 좀더 만전을 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원의 방범은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관할하는 관리소를 통해 이뤄지거든요. 특히 일반적인 길거리의 CCTV와 달리 공원 CCTV는 시청이나 구청에서 관리합니다. (큰 공원의 경우 경찰에서 아예 출장 나와 있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렇다면 서울시와 구청이 관리해온 공원 방범실태는 어떨까요. 한국생활안전연합이라는 시민단체가 서울 시내 대표 공원 76곳을 표본조사 했더니, 나무나 숲 등에 시야가 가려 범죄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이른바 '사각지대'가 그중 68%의 공원에 존재했고, 그 사각지대 10곳 중 7곳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발표가 있습니다. 직접 취재를 나가본 결과, 작은 공원들의 경우는 아예 공터로 인식돼 민간 자율방범-초소는 비어 있을 때가 많습니다- 외에는 아예 별다른 방범인력이 없는 곳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학교 담장을 허물어 조성한 동네 공원들이 종종, 심야 시간 청소년 우범지대로 전락해 있었는데요. 본래 학교 담장을 허물어 조성한 공원은 주민의 왕래를 잦게 해 학교 주변 범죄를 막자는 CPTED(범죄예방환경설계. 단순 CCTV 설치 등에 앞서, 환경 자체를 범죄가 일어나기 힘든 환경으로 설계하자는 개념입니다.)에 따라 조성된 것들인데, 방범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심야 시간의 경우, 오히려 '일진지대'가 돼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생들도 "자율학습 끝나고 집에 늦게 갈 때는 무서워서 멀어도 (학교랑 연결된 공원 쪽으로 안 가고) 돌아간다"고 답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시의 공원 안전에 대한 인식,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경찰이 기록한 2010년 서울시내 공원범죄 발생 건수는 1,651건.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해 말 시정에 대해 보고하는 행정감사에서, 2010년 서울 시내 공원 전체의 범죄 발생 건수는 월드컵 공원에서 발생했던 성추행 미수 단 한 건이라고 보고합니다. 1,934개 서울시내 공원에서, 1년 내내 범죄랄 만한 건 단 1건 뿐이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묻자, 서울시 푸른도시국 관계자들은 제게 "공원 근처에서 저지른 범죄도 모두 공원에서 했다고 자백하기 때문에 경찰 통계가 그렇게 된 거다. 정말 1년 동안 1건밖에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경찰 통계의 1,650건이 모두 다 틀린 거냐, 공원에서 발생했던 학생 집단 폭행 사건 등 지난 1년간 우리 뉴스에 보도됐던 공원 범죄만도 여러 건인데 그것들은 다 어떻게 된 거냐"는 제 물음에는 정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경찰 통계와 시 통계가 그렇게 차이가 나면, 최소한 그 사실을 인지한 지난해 말 행정감사 이후 실태조사라도 더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지난해말 이후 추가로 실시한 조사가 있느냐"고 묻자 "(범죄가)없는 걸 무슨 조사를 하느냐"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48억 원을 들여 시내 공원에 225개의 CCTV를 추가 확충할 예정이긴 합니다. 또 기존의 공원 방범, 즉 경비원 분들이 특별사법경찰 제복을 입게 해,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이겠다는군요. 네,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원범죄의 절반 이상이 발생하는 심야시간대의 방범인력 확충 등, 좀더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공원 안전 대책이 절실하게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 공원관리소 방범의 경우 밤 10시~11시엔 대부분 퇴근합니다.)

공원 확보 등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계획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서울시, 근본적으로 공원 안전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공원 정책에 있어 안전문제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면, 시민의 쉼터는 커녕 관리되지 않는 공터만 잔뜩 조성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릅니다. 면밀한 관리 문제를 염두에 둔다면, 3년 동안 도시공원을 150개 이상 조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닙니다. 그냥 기계적으로 공간만 확보하고 돈 들여 조성만 해놓는 데 그친다면, 오히려 시민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주지하고, 느리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길을 택하는 게 '책임지는 시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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