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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용, 꿈을 꾸다…용띠해의 희망

임진년, 용의해가 밝았습니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가운데 5번째 '진(辰)'인 용은 12지신 가운데 유일한 상상 속 동물입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이 아닌데도, 용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죠. '안 본 용은 그려도, 본 뱀은 못 그린다'는 말도 있습니다. 용은 생물학적인 존재이기 보다는, 문화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용은 무려 9가지 동물이 한 데 모인 '조합체'입니다. 어떤 동물들이 모였는지 살펴볼까요? ('본초강목'에서 설명하고 있는 용의 모습입니다.)

            


아홉 동물의 최고의 장점만 모아놨으니, 최고의 '조합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용은 최고 권위를 지닌 존재를 의미합니다. '왕'의 상징인 것이죠.

* '용' 최고 권위의 상징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왕을 곧 '용'에 빗대고는 했습니다. 왕의 얼굴은 용안(龍顔), 왕의 옷은 용포(龍袍), 왕의 의자는 용좌(龍座), 심지어 왕의 눈물은 용의 눈물이라고 일컬어 용루(龍淚)라고 불렀습니다.
 

                   


궁궐에도 용의 흔적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단 경복궁을 가볼까요. 경복궁의 대문 광화문에서부터 용이 눈에 띄는데요, 광화문의 지붕에 용머리가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가장 먼저 나오는 건물, 왕의 집무실인 근정전에는 '용 중의 용'이 있습니다. 바로 천장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용 중에 최고 권위를 상징하는 발톱 7개가 있는 쌍룡이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용은 보통 발톱 개수로 권위를 가늠하는데요, 3개는 일반 용, 4개는 왕, 5개는 황제를 의미합니다. 원래 조선시대에는 중국의 제후국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아무리 조선의 왕이라고 할지라도, 발톱 4개 달린 용밖에 쓰지를 못했는데요,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 자리에 오르면서부터 5개 발톱의 용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경복궁도 고종 때 재건을 했기 때문에 떳떳하게 7개 발톱을 가진 용을 장식했던 것입니다.
 

             


우리 건축에는 용마루라는 것이 있습니다. 지붕의 가장 높은 부분을 일컫는 말이지요. 이 용마루의 '용'도 '龍'입니다. 궁궐의 건물에도 대부분 용마루가 있는데, 없는 곳도 있습니다. 경복궁에서는 왕이 거처하는 곳인 강녕전과, 왕비의 침소인 교태전 2곳입니다. '용'이 머무르는 곳인데, 그 위에 또 ‘용’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용' 물의 신..풍요의 신..

서양 영화를 보면, 용은 항상 악한 존재로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용은 어여쁜 공주를 어두침침한 성으로 잡아가죠. 그러면 멋진 왕자가 나타나 공주를 구하기 위해 용과 한 판 승부를 벌입니다. 용은 입에서 불을 내뿜으며 왕자의 공격에 맞서죠. 결국 용감한 왕자가 용을 물리치고 난 뒤, 공주를 구하고 둘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서양에서 용은 '불의 존재', '악의 존재', '반드시 물리쳐야 할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요?

정 반대의 의미입니다. 용은 ‘물의 신’입니다. 불을 막아주는 존재인 것입니다. 임진왜란 때 화재로 불 타 버린 경복궁. 고종 때 이 경복궁이 재건됐는데, 다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곳곳에 ‘용’을 묻어 뒀습니다. 경회루에는 구리로 만든 용 두 마리를 넣어 뒀고요.
 

              


건물에는 '龍(용 용)'자 천 개로 '水(물 수)'자를 적은 종이를 마치 부적처럼 묻었다고 합니다.
 

                                


용이 '물'을 상징하다 보니, 농사를 지켜주는 일종의 '풍요의 신'의 역할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양의 '비'입니다. 용이 바로 이걸 관장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농가에서는 농사일을 나갈 때, 용이 그려진 농기를 앞세우고 갔습니다. 풍년을 기원하면서 말이죠.
 

               


* '성공'의 상징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성공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죠. 하지만, 아무나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이겨낸 사람만이 빛을 볼 수 있는 것이겠죠.

중국 황하에는 '등용'이라는 문이 있었다죠. 이 문까지 올라가는 길의 물살이 너무나 거세서 아무나 올라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물살을 헤치고 등용에 오르기만 하면, 잉어도 용이 된다고 해서 '등용문(登龍門)'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예로부터 선비들은 '등용에 오른 잉어'에서 '용'이 되기 위해서 용이 그려진 문방사우를 항상 곁에 뒀다고 합니다.

또, 용이 나오는 꿈은 길몽 중의 길몽으로 꼽힙니다. 특히, 태몽 중 최고라고 하네요. 신사임당은 오죽헌 몽룡실에서 용꿈을 꾸고 율곡 이이 선생을 낳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용꿈' 태몽과 관련한 얘기는 옛 소설에도 등장하는데요, '홍길동전'에서 홍판서가 용꿈을 꾸고 낳은 아들이 바로 홍길동이라고 합니다. '용'은 확실히 범상치 않은 인물인가 봅니다.
 

 

* '조화'의 상징

앞서 말씀드렸듯이, 용은 아홉 동물의 집합체입니다. 하지만, 그 조합이 전혀 어긋남이 없습니다. 어느 한 구석 어색한 곳이 없다는 것이죠. 그만큼 ‘조화미’가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용의 해, 올해 가장 주목할 부분입니다. 그 어느 한 군데도 어긋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조화’로운 세상, 그런 세상이 펼쳐지길 바라봅니다.

* '용, 꿈을 꾸다' 임진년 용띠해 특별전
- 국립민속박물관, ~2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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