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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법입양 실태 보고…그 뒷이야기

[취재파일] 불법입양 실태 보고…그 뒷이야기
요즘 SBS에서 입양과 아이 유기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죠? 신승이 기자가 관심있게 다룬 '태민이 이야기'는 결국 태민이가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훈훈한 뒷 이야기로 마무리됐습니다. 다른 신문사에서는 새우깡 한 봉지에 아이를 버린 비정한 아버지가 경찰에 잡혔다는 삭막한 내용으로 기사를 받았더군요... 씁쓸합니다.

제가 관심을 가진 부분도 입양이긴 한데 좀 다른 건데요,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불법입양의 실태입니다. 우리나라는 법으로 규정한 22곳의 입양기관을 통해서만 아이를 입양할 수 있습니다. 이외 모든 개인 간 입양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입양아의 권익보호, 즉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고 인정된 기관의 관리 없이 입양된 아이는 언제든지 아동 학대나 노동 착취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지난 10월 생후 3개월 된 아기가 뇌사상태로 구로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왔습니다. 이 아기의 온몸은 멍 자국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아기를 이렇게 만든 사람은 바로 아이 엄마였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아기가 인터넷을 통해 불법 입양된 사실입니다.

제 아이템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불법입양이라? 어떻게 한다는 거지? 인터넷에서는 이런 게 쉽나? 왜 입양기관을 통해서 하지 않고 이렇게 몰래 입양을 하는 거지? 인터넷에서 입양이란 단어를 입력했더니 무수한 입양글이 쏟아집니다. 그 안에는 개인적인 입양을 원하는 글이 적지 않았더군요. 곧 태어날 아기를 입양시키려는 미혼모, 아기를 원하는 양부모의 글… 이들은 왜 입양기관을 피해 몰래 입양을 하려는 건지... 내친 김에 만나보기로 작정했습니다. 쪽지를 보냈습니다. 마치 아이를 입양하려는 양부모인 것처럼.

수도권 인근에서 22살의 미혼모를 만났습니다. 출산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만삭의 미혼모였습니다. 아기 아빠가 될 남자친구는 물론 부모에게도 임신 사실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부모에게까지 숨기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배가 나오는 임신 5개월쯤 친구랑 같이 돈벌어 오겠다며 집을 나왔다는군요. 이 미혼모는 현재 입양 기관이 운영하는 미혼모 위탁시설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즉, 입양기관을 통해 아기를 입양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굳이 개인적인 입양을 원하고 있더군요. 왜냐고 물었습니다. 돈이 필요하답니다. 출산 후 할 일도 없고 빈손으로 집에는 못 들어간다는군요.

참 묘한 게 사람이라고, 동물도 아닌데 냄새를 어찌나 잘 맡는지… 다른 게 아니라 돈 냄새 말입니다. 개인 간 입양에 돈이 오가는 걸 알고서는 요즘엔 입양 브로커까지 등장을 했더군요. 이 미혼모 역시 브로커가 접근해와 이미 금액을 제시받은 상태였습니다. 처음엔 500만 원을 준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좀 급했는지 800만 원을 제시했다는군요. 아이가 물건처럼 값으로 매겨지다니… 부모한테 버림받는 것도 서러울 텐데…

               

 
그렇다면 브로커도 만나보자. 아이를 원하는 양부모처럼 글을 올렸더니 미끼를 물더군요. 두 달 뒤 태어나는 딸을 확보해둔 상태라는 거죠. 몇 차례 답글이 오가더니 액수를 제시합니다. 병원비, 출산비 등 포함해서 1500만 원을 달라는군요. 그렇다면 양부모에게는 1500만 원을 받고 미혼모에게는 800만 원을 주니 아기 장사로 700만 원을 브로커가 챙기는 셈이군요. 계속 만나자고 했는데 더 좋은 조건을 구했는지 연락을 끊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액수를 깎으려는 노력도 안 하면서 바로 만나자는 사람은 경찰로 의심해 연락을 끊는다고 하더군요.

입양 기관을 통하지 않고 개인 입양을 하려는 양부모의 이유를 들어봐야겠죠? 이번엔 아이를 넘기려는 미혼모(저는 남자라.. 저희 팀의 여자 작가분을 고생시켰습니다)를 가장해 글을 올렸습니다. 이런 비유가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불법입양 시장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수요, 즉 양부모가 공급, 즉 미혼모보다 많다는 거죠. 취재진에 연락하는 양부모도 역시 미혼모보다 구하기 쉬웠습니다.

전라도 지역의 한 부부를 만났습니다. 40대인 부부는 불임 문제로 아이를 가지지 못했더군요. 그런데 입양기관을 통하지 않고 몰래 입양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까다로운 조건을 이야기합니다. 입양기관에서 입양 절차를 보면 양부모의 조건을 꼼꼼히 따집니다. 왜냐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지, 이미 한 번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가 자칫 또 버림받는 고통을 겪지 않도록 아이와 부모의 나이 차, 결혼한 햇수, 경제적 조건, 정신적 건강 상태도 봅니다. 입양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략 아이와 부모 나이차 50세 이하, 정신 병력이 없어야 하고, 전세를 살더라도 고정 수입이 있어야 하고...

이 분들은 정신적 문제와 경제적 문제로 입양기관에서 7년째 거절당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입양 기관을 통해 입양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니 '따진다'는 겁니다. 집도 돈도 집안까지도. 이런 이유에서 아이를 얻고 싶어도 못 얻는 부부들은 이런 음성적 방법을 택하는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개인적 입양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의 부부와 돈이 필요한 미혼모의 관계에서 브로커가 끼어들어 돈거래가 발생하는 겁니다.

말이 좋아 개인 입양이지 신생아를 사고 파는 행위나 다름이 없죠. 입양기관 관계자는 이런 경우 아이를 키울 조건이 안 되는 부모가 많다보니 키우다 여력이 안 되면 아이를 물건처럼 다른 집에 넘기곤 한다는 겁니다. 소중한 아이의 인권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셈이죠.

불법 입양의 심각성을 보건당국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다는 거죠. 워낙 음성적으로 개인간 거래로 이뤄지다보니 인터넷의 모니터링을 통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비록 아동복지법에는 아동을 타인과 매매하는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있긴 하지만 입양특례법에는 개인간 불법 입양, 특히 금전적인 반대 급부를 원하는 경우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불법입양의 경우 돈거래는 아동복지법으로 처벌하고 입양기관을 통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입양특례법으로 처벌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통일성이 없어 보입니다. 지겨운 글일 수 있지만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주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깐… 제가 입양에 대해 취재를 하면서 공부를 아주 조금 하다보니 또 하나 새로운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불법 입양을 막기 위해서 미혼모나 입양 부모가 음성적인 시장이 아닌 공식 입양절차를 밟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새로운 법이 그게 아니더라는 거죠. 이름하여 '입양특례법', 8월 개봉박두인 법인데, 이건 다음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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