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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갤럭시탭이 은테를 입게 된 이유

갤럭시탭 10.1과 갤럭시탭 10.1N

[취재파일] 갤럭시탭이 은테를 입게 된 이유

삼성전자가 지난주에 독일 유통망에 공급한 갤럭시탭 10.1N입니다. 위의 것이 갤럭시탭 10.1N, 아래 것이 기존의 갤럭시탭 10.1인데요, 이미 독일 일부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 들어갔고, 이번주부터 정식으로 독일 내 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 제품은 언뜻 비슷한 듯 다른데, 사실 이 두 제품에서 달라진 것은 단 2가지 뿐입니다. 갤럭시탭 10.1N은 단말기 테두리에 10.1보다 두꺼운 메탈밴드를 입혔고,10.1에는 기기 뒷면에 가 있는 스피커를 앞으로 빼 카메라 렌즈 옆에 나란히 위치시켰습니다. 그 외의 모든 사양과 디자인은 변화가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같은 듯 다르고, 다르지만 사실 똑같은 제품을 굳이 새로 만들어 독일에 유통시키기로 한 이유, 이미 많은 분들이 짐작하실 겁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초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서 "갤럭시탭 10.1이 아이패드2의 디자인을 모방했으니 네덜란드를 제외한 유럽 전역에서 판매를 금지시켜 달라"며 애플이 낸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삼성측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9월 초, 법원은 독일 내의 갤럭시탭 10.1 판매를 금지한다는 확정판결을 내렸습니다.(이어 10월에는 호주 법원이 애플의 갤럭시탭 판매금지 신청을 받아들였죠.)

애플이 갤럭시탭 10.1에 대해 아이패드2를 베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모두 6가지입니다. ① 네 모통이가 고르게 둥글게 만들어진 직사각형 형태의 제품이며, ② 제품의 앞 부분이 평평하며 투명하고 ③ 평평하고 투명한 앞표면 주변에 눈에 띄는 금속 프레임이 같고 ④ 맑은 표면을 가진 디스플레이가 화면 가운데 위치하며 ⑤ 투명한 앞표면 아래 놓여 있는 디스플레이가 명확하고 중립적인 경계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⑥ 또 제품 전원을 켰을 때 색상이 있는 아이콘이 등장하는 것도 모방이라는 주장입니다. 

갤럭시탭 10.1N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베젤 부분과 스피커 위치를 변경해 이 6가지에 대한 애플의 모방 주장을 피해가기로 한 겁니다. 예를 들면 베젤 부분에 살짝 올라오게 된 메탈띠로 ③을 피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② 도 해석에 따라 변경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표면이 살짝, 평평하지 않게 됐으니까요.) 삼성전자 기술진들은 "이 2가지 변경으로 애플이 주장하는 디자인 모방 부분 6가지의 핵심 해결이 가능해졌다"는 입장인데, 애플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관건이겠죠.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모바일기기 시장을 평정하다시피 했던 애플은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갤럭시폰과 갤럭시탭에 대해 잇따라 세계 곳곳에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앞서가는 신제품 출시와 기존 팬들의 충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애플의 위기감이 느껴지는 행보였습니다.

삼성전자가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온 직후인 지난해 초, 예전처럼 제도를 이용해 문을 닫아거는 쇄국정책의 손바닥으로는 가려볼래야 가릴 수 없는 이 글로벌 모바일 시장의 폭발력을 뒤늦게 절감하고
갤럭시 시리즈를 출시하며 맹렬히 애플을 추격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사실 애플에게 갤럭시 시리즈는 그냥 까마득한 추격자들 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소비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죠. 그러나 애플의 대항마로 제시된 안드로이드 진영이라는 거대한 배경 속에서 갤럭시폰이 모두가 놀란 속도로 두각을 나타내고 무엇보다 태블릿PC=아이패드나 마찬가지인, 사실상 애플이 창조해낸 시장인 태블릿PC 시장에서 갤럭시탭이 시장 점유율 20% 근처까지 추격해 오자, 애플은 IT 기기 세계의 가장 저돌적인 수비 기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소송전'을 시작했습니다.

애플은 갤럭시탭 10.1N에 대해서도 "저것도 우리 물건을 베낀 거다"라며 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애플이 모바일기기 시장에서 언제나 무에서 유를 창조해 왔다면 그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애플 역시 기존의 시장에 나와있던 이런저런 기술들을 취합해 자사 제품을 만들어왔으면서, 그 융합의 묘를 따라오려던 다른 주자들에게 소송 폭격을 가하자 다른 주자들은 "그럼 네가 쓰는 내것도 내놔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애플 제품들에 대해 맞소송 격으로 세계 곳곳에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근거로 들고 있는 '통신 표준특허'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애플은 자사가 사용하고 있는 삼성의 이 통신기술들의 경우 "'FRAND 기술', 즉 너무 상용화된 기술로서 이 기술을 내세워 타사의 시장 진출을 방해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기술"이라 삼성이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지난달 애플의 이런 주장을 인정해 삼성이 제기한 애플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했지만, 삼성이 애플에게 자사의 기술 이용에 대한 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인정했습니다. 삼성이 수수료를 끝까지 받아내야겠다고 하면, 애플 역시 지금까지 전혀 치르지 않던
막대한 비용을 계속 치르게 될 겁니다.

독일 만하임 법원은, 모토로라가 애플 제품에 대해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모토로라의 통신 표준특허 2가지를 사용하는 애플의 모든 제품은 독일에서 팔지 못한다는 건데, "모토로라 통신특허도 FRAND 기술"이라는 주장이 여기서는 또 받아들여지지 않은 겁니다. 그 외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애플 vs 삼성 포함 타사들의 소송전에서 애플에게 불리한 판결이나 결정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애플은 소송전을 통해 얻고 싶은 것들은 거의 얻었습니다. 독일과 호주 승소를 정점으로, "이 시장을 누가 창조해 낸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이미지를 심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슬슬 이 소송전에서 '출구'를 고민해야 할 겁니다. 아무리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영역을 만들어냈다 한들, 애플 제품들도 '통신기기'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이상 삼성 갤럭시탭의 "평평하고 투명한 표면"을 계속 물고 늘어질 처지는 못되니까요.

일단 이 은테 두른 갤럭시탭 10.1N은 독일에서 별 문제없이 팔릴 것이고, 애플과 삼성전자, 그리고 이 시장의 다른 선수들의 소송전은 한동안 지속되다가 결국 협상 국면으로 들어가게 되리라고 예상되는 건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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