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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청개구리가 되자! - 베네통 파격 광고

[취재파일] 청개구리가 되자! - 베네통 파격 광고
청개구리가 되자!

이 세상을 살면서 거꾸로 생각하고 행동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나이를 먹어가면서 절감하게 됩니다. '기성', '기득', '기존' 같은 단어들에 단단히 재갈을 물려 이미 만들어진 '틀' 속에서 혹시 내쳐짐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살아 가는 게 우리네 인생입니다. 안전할지언정 고리타분하기만한 이 '틀'을 벗어나 번뜩이는 무언가로 타성에 젖은 우리의 뇌를 생동감과 활력으로 충만케 해주는 것이 있으니 이를 '파격'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부담스럽고 용기가 안 나 피하고 싶어하는 '파격'을 용기있게 감행한 사람들이야말로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도 높습니다.

패션업계에서 베네통이야말로 '파격'을 즐기며 성공을 구가해 온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전 세계 120개국 5천여 개 매장에서 매년 1억 벌이 넘는 옷을 팔아 치우는 세계 굴지의 의류기업 베네통이 '파격'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 것은 창업자인 루치아노 베네통 때문입니다.

1935년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 폰차노 마을에서 태어난 루치아노는 10살때 아버지를 여의고 세 명의 어린 동생들과 어머니를 부양해야하는 소년 가장이 되었습니다.

신문배달을 해가며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루치아노는 곧바로 양복점에 취직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베네통이 의사가 되길 원했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루치아노에겐 다른 선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양복점 점원으로 일하면서 루치아노는 인생을 개척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서부터 항상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며, 좀 더 색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길 원했던 루치아노는 어느날 자신이 직접 만든 나비 넥타이를 메고 출근했습니다. 하얀 바탕에 노랑과 파랑의 줄무늬로 된 화려한 넥타이였는데 양복점 주인은 유치하고 정숙하지 못하다며 다시는 가게에 나비 넥타이를 매고 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루치아노는 이에 굴하지 않고 기발한 발상을 통해 만든 옷을 계속 선보이며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곤 했습니다.

1955년 루치아노는 마침내 전 재산을 쏟아 부어 뜨게질 솜씨가 뛰어났던 여동생 줄리아나와 함께 스웨터 가게를 오픈했습니다.  사업은 급속도로  번창했는데 루치아노에겐 기존 의류업계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비장의 염색법이 있었습니다.

루치아노는 늘 옷은 화려해야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스웨터는 미리 뽑아 놓은 색깔의 실로만 짜야 했기 때문에 완제품 역시 단조롭거나 식상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루치아노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후 염색법'입니다.  염색하지 않은 실로 다양한 무늬로 옷을 짠 뒤 마음에 드는 색상으로 염색을 하는 방법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 것 같아보여도 당시로서는 기존의 관행을 완전히 거꾸로 뒤집는 가히 혁명적인 발명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파격'적인 아이디어는 적중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신생 브랜드 베네통은 이탈리아를 넘어 패션의 중심인 파리를 점령하고 급기야 세계로 진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루치아노의 '파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발상으로 우주선 모양의 공장을 세우는가 하면 창의력이 뛰어난 세계 젊은이들을 위해 '파브리카(라틴어로 워크숍이라는 뜻)'라는 이색 연구소를 만들어 영화와 TV, 음악, 디자인 책 컴퓨터 그래픽 등을 마음껏 연구하도록 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밝혀 온 루치아노가 베네통을 세계 초 일류 브랜드로 끌어 올릴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파격' 그 자체인 광고 덕이 컸습니다.
 


사회적 이슈를 파격적으로 다룬 독특한 베네통의 광고는 1984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루치아노 베네통은 패션 사진작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를 광고 책임자로 발탁해 신부와 수녀의 키스, 형형색색의 콘돔, 흑인 엄마의 젖을 먹는 백인 신생아 등 파격적인 광고를 통해 패션 기업 베네통의 이미지를 세계인의 가슴 속에 심는 데 성공했습니다. 파격적인 사진 뒤에는 언제나 'UNITED COLORS OF BENETTON' 이란 기업명이 선명한 초록색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청개구리를 꿈꿨던 루치아노 회장에겐 아마도 초록색이 특별한 의미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는 'UNHATE'(증오하지 맙시다)라는 타이틀의 광고 시리즈를 내놨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광고 속에서 불편한 관계인 세계 라이벌 지도자들은 정열적으로 입을 맞추고 있습니다.




앙숙이자 라이벌인 메르켈 독일 총리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이 낯 뜨거운 프랜치 키스의 주인공들입니다. 최강국이기에 적들도 많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G2 라이벌인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 라틴 반미라인의 대표주자인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입술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심지어는 교황과 이슬람 종교 지도자도 키스 대열에 등장했는데, 베네통측은 관용과 화합을 모토로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교황청이 강력 항의하자 결국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해당 사진 회수에 들어갔습니다.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전 세계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고 이번에도 베네통 광고는 멋지게 성공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베네통의 '파격'적인 광고가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파격적이고 창조적인 '후염색법'이라는 독창적인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내실없이 겉만 파격으로 치장해서는 한계가 곧 드러난다는 얘기입니다.

베네통을 얘기하면 항상 떠오르는 게 파스퇴르 우유 입니다. 1980년대 말 일간지 하단 광고면을 점령했던 투박하고 공격적인 파스퇴르 우유 광고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후발 업체인 파스퇴르는 기존 우유업체들과 차별화된 제품임을 내세우며  '진짜 우유'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비교 광고냐 비난 광고냐' 논란과 함께 소송에까지 휘말렸지만 파스퇴르의 이름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고 품질로 승부하는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메시지는 분명히 전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파스퇴르의 유제품은 곧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고 파스퇴르의 창업자인 최명재 회장은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을 내세우며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설립해 경향 각지 인재들의 요람으로 키워 냈습니다. 이 최명재 회장에게도 쌈닭 같은 마케팅, 광고 수완 뿐만 아니라 필살기가 있었으니 바로 '저온살균법'이라는 독특한 우유 가공 기술이었습니다.

코페르니쿠스나 콜롬부스처럼 시대를 초월한 발상 전환자들도 원칙과 순서들을 뒤바꿀 수 있었기에 엄청난 발명, 발견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자~, 파격을 두려워 말고 더 늦기 전에 청개구리가 되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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