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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자의 '아구X'은 어떻게 될 것인가?

[취재파일] 기자의 '아구X'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위로 치켜 올라간 짙은 눈썹 문신을 몸에 지니게 된 이후 '홍그리버드'라는 별명이 생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약간 뚱하게 앞으로 나온 빨간 입술에 위협적이지 않은 풍채, 거기에 눈썹이 더해져, 홍 대표는 화는 잘 내지만 밉지 않은 '새'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별명 때문인지, 눈썹 때문인지, 홍준표 대표의 말이 점점 과격해지고 있습니다. 모 일간지 기자와 내기를 했다고 합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 국회 처리 시기를 놓고 말입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0.26 재보궐 선거 직후부터 한미 FTA 처리를 일사분란하게 해 치움으로서 한나라당이 다시 전열을 정비해야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아마도 기자는 한미FTA 처리, 이러다가 한나라당이 못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을 테고, 11월 내 처리는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을 겁니다. 그에 대해 홍준표 대표의 답은 '내기를 하자'였습니다. "11월 안에 통과시키지 못하면 내가 100만 원을 주겠다. 그런데 만약에 11월 안에 통과가 되면, 안경을 벗기고 '아구통'을 날리겠다"한 것입니다.

이 같은 사실은 그 기자를 통해서도, 혹시 주변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다른 기자에 의해서 알려진 것도 아니고, 홍 대표 본인이 다른 기자들과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스스로 소개한 일화입니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이 같은 설화가 알려진 뒤 논평을 냈습니다. "국가 중대사를 두고 돈 내기를 한 것도 모자라, 이기면 기자를 구타하겠다는 발언의 천박함이 경악스럽다."

                   

홍 대표의 '폭력행사 예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달 31일 홍익대학교 앞 호프집에서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내가 겨우 3개월 전에 주류가 됐다. 그런데 꼴같잖은 게 대들고. 이까지 차올라 패버리고 싶다. 내가 태권도 협회 회장이다,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더러워서 참는다"고 했고, 당 대표 취임 10일 만인 지난 7월에는 "이영수 전 한나라당 청년위원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느냐"고 묻는 한 기자에게 "그걸 왜 물어봐. 너 그러다 진짜 맞는 수가 있다, 진짜 나한테 이러기야? 내가 그런 사람이야?"라고 윽박지르기도 했습니다.

말로만, 기자 2명과 국회의원 한 두 명에게 폭행을 예고한 셈입니다.

홍준표 대표는 이번 내기 건이 기사화 되어서 널리 알려진 것이 못마땅했나 봅니다. 오늘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데 "기자하고 한 농담도 흠집이 잡히는 세상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런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봅니다. 그런데 그런 세상이 되었다는 걸 아직도 몰랐다는 이야기도 돼 보입니다. 농담을 하더라도 집권당 대표라는 자리에 걸맞는 농담을 해주길 바라고, 거침없는 발언은 또 그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걸 잊으셨나 봅니다.

홍 대표의 거침없는 발언은 직접 들어보면, 가끔은 상대방을 속시원하게 해주기도 하고, 재미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을 함께 취재하고 있는 다른 언론사의 한 기자는 오늘 이런 말을 하더군요, "홍준표 대표가 전당대회 2위 최고위원일 정도까지는 그래도 홍 대표의 말을 웃고 넘길 수 있었는데......" 홍 대표 본인이 염두에 둬야 할 말 같습니다. 이제 비주류가 아니라 주류라는 사실을. 아직도 '대드는' 일부 의원들이 있겠지만, 그 또한 대부분의 주류가 겪는 일이라는 걸.

오늘 아침 '한미FTA 협상파' 황우여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농담을 했습니다. "나는 기자들 아구x를 보호해 주고 싶은 사람이야~" 11월 내 처리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는 말이었습니다. 한미FTA 국회 처리는 어떻게 될까요? 그 기자의 아구X은 어떻게 될까요? 괜히 턱을 만져봅니다. "아...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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