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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고는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취재파일] 사고는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승용차 바퀴가 반쯤 잘려 나갔습니다. 뒷좌석쪽 유리는 다 깨져있고, 가로등은 꺾이고 뽑혀서 먼 곳에 떨어져 있습니다. 바닥에는 핏자국이 선명하고, 뒤집힌 차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있고, 누군가 신고 있었던 신발 한짝이 인도 위에서 나뒹굴고 있습니다.

교통사고 현장은 늘 이렇게 어수선합니다. 처참하고 때론 너무나 잔인합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승용차가 아이들과 모녀를 치었습니다. 연약한 그들이 어찌 그 덩치를 견딜 수 있었을까요. 끝까지 숨이 붙어있던 8살 아이도 결국 사고가 난 그날 밤, 숨을 거뒀습니다.

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났습니다. 어어 하는 사이, 말릴 틈도 없이 승용차가 아파트 단지 안으로 돌진했습니다. 승용차는 그 길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와 인도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을 덮쳤습니다.

사고가 나기 직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8살짜리 동갑내기 꼬마 두 놈은 바로 그 인도에 서서 학원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보다 친구가 더 좋다며, 친구랑 학원에 갈거라고 엄마가 차려 놓은 간식도 대충 한 입 물고 뛰어 나갔던 아이들입니다. 그 중 한 녀석은 귀한 외동아들이고, 또 한 녀석은 아들이 귀한 집안의 장손입니다.

같은 시각, 90살 어머니와 52살 막내딸은 여느 때와 같이 다정하게 아파트 단지 안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전직 교수였던 막내딸은 결혼도 하지 않고, 봉사를 다니며 치매가 온 어머니를 돌봤습니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그녀의 착한 딸은 잠깐 바람만 쐬고 들어오려고 집에 보행기를 두고 나왔는데, 잠깐 나갔다 오려던 그 길이 영원히 이 생을 떠나는 길이 됐습니다.

그들의 빈소에서는 곡소리가 납니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들은 실신하기 직전입니다. 가슴을 부여잡고 발버둥을 치고, 눈물을 쏟아냅니다. 그렇게 해도 자식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어머니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의 슬픔이 어머니만 못하겠냐마는, 아버지들은 일단 울음을 삼킵니다. 그렇게 참고 참다가, 결국은 기자 앞에서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물을 쏟았습니다.

사고 원인은 브레이크 파열로 추정됩니다. 도로교통공단과 국립수사과학연구원이 사고 차량을 감식했는데, 감식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원인이 나올 겁니다.

사고를 낸 30대 여성 운전자는 경찰 유치장에 입감돼 있습니다. 자신이 사고를 냈지만, 그녀도 왜 사고가 났는지 알지 못합니다. 달리는 차를 어떻게든 세워보려고 했는데 브레이크가 말을 안들었습니다. 속도를 줄이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가해자지만 한 아이의 어머니인 그녀 역시 지금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고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합니다. 예상하기 전에, 사고는 이미 나버립니다. 막을 방법도 없습니다. 항상 경계하고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가을 국화처럼 아름다웠던 두 아이와 두 모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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