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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해 지역, 고통은 여전히…

[취재파일] 수해 지역, 고통은 여전히…

참 지긋지긋합니다. 구름이 걷히고 이제 겨우 날이 개는가 싶더니, 이번 주에도 비소식이 들립니다. 정말 비, 지겹게 옵니다.

비가 오면 불편한 건 물론이고, 저 같은 사회부 기자는 몸이 축납니다.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중계차를 타야 하고, 침수된 주택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어쩌다가 하루 이틀 이러는 건 견딜 수 있는데, 올 여름처럼 이렇게 끝도 없이 비가 내리면 '정말 못 해먹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여름에는 실내에서 일하는 분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네요.

그렇지만 불만을 말하고 싶어도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물에 잠기고 토사에 뒤덮힌 피해 지역에 가면 입을 꾹 다물에 됩니다. 비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분들은, 사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감이 잘 오지 않으실 겁니다. 저 역시 이번 비를 경험하기 전까지는 그랬지요.

피해 현장의 처참함은 직접 보지 않고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승용차가 주택 지붕 위에 올라가 있고, 굵은 나무기둥이 그대로 뽑혀 아파트 창문을 뚫고 들어간 모습. 그 모습의 처참함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더욱 안타까운 건 그곳에 사람이 있을 때입니다. 무너져내린 집에 들어가 가재도구 하나 건져내려고 애쓰는 수재민들을 보면 참담하다 못해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특히, 이달 초 경기도 광주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인 삼육재활센터에 갔을 때, 아픈 환자들이 있어서 그랬을까요? 몸도 마음도 축축히 젖어버렸습니다. 이곳은 시설 바로 앞에 있는 하천이 범람해 병원 1층과 지하가 물에 잠겼습니다. 잠기기만 한 게 아니라, 강 바닥에 있던 흙이 쓸려와 지하는 말 그대로 뻘밭입니다. 비가 온 지 8일이 지난 뒤였는데,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지 않으면 아예 접근이 불가능했습니다.

병원이 물에 잠기다보니 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분들이야 여기가 아니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 되겠지만, 이 병원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저소득층 가정의 장애 아동들이 백여 명 가까이 있습니다. 이들은 가고 싶어도 갈 데가 없어서, 쑥대밭이 된 병원에서 그냥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장애아동을 돌보고 있는 병원 직원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아이들은 여기가 집이에요." 여기가 집이라는데, 집을 떠나서 아이들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이 상태로 방치되면 병원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병원이 문을 닫으면 이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수마는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까지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지난달 폭우에 피해를 입었습니다. 잠수교에서 중계차를 탄 뒤 새벽에 퇴근했는데, 산사태로 토사가 쓸려내려와 아파트 현관 입구를 완전히 막아버렸습니다. 근처 군 부대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그 많은 흙더미를 지금도 다 치우지 못했을 겁니다. 몸을 아끼지 않고 도움 주셨던 분들, 참 고맙습니다.

수해 복구 작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너무나 많은 수재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그들을 잊지 마시고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재활센터의 장애 아동들이 내년 여름에도 그 곳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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