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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운전면허증 이렇게 땄습니다

[취재파일] 운전면허증 이렇게 땄습니다

운전면허시험이 간소화된 지난 10일, 사무실에 들어왔더니 선배가 물어보십니다. "운전면허증 있니?" 전 팀 내에서 유일하게 운전을 못하는 기자. "시험도 쉬워졌다는데 이번 기회에 따자". 엉겁결에 운전면허시험을 보게 됐습니다.

일단 면허시험장에 갔습니다. 시험을 치르려면 안전교육이라는 걸 받아야 하는데, 예전에 교육을 받은 기록이 남아있었습니다. 3년 전 시험을 치르다가 도로주행 연습 중간에 포기했기 때문인데, 안전교육은 한번 이수하면 면허를 따기 전까지는 재이수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교육을 이수하면 신체검사를 합니다. 2종 응시자는 시력검사만 하고, 1종 응시자는 시력검사와 색맹검사까지 합니다. 여기까진 대부분 큰 문제없이 통과합니다.

그러고나서 필기시험을 보게 되는데, 이게 은근히 부담스럽습니다. 월요일 아침, 오늘 당장 시험을 보라는 지시를 받고 부랴부랴 서점으로 뛰어가 기출문제집을 샀습니다. 떨어지면 알아서 하라는 선배의 은밀한 협박까지 받은터라 부담 백배. 그런데 문제집이 생각보다 너무 두꺼웠습니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몇 장 풀다가 포기하고, 교통표지만 외웠습니다. 그렇게 딱 한 시간 공부하고 컴퓨터로 치르는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기출문제집의 적중률이 무려 15%에 가까웠습니다. 기출문제집만 열심히 외우면 필기시험은 큰 어려움없이 합격할 수 있습니다. 

필기시험을 본 다음날 운전학원에 등록했습니다. 기능시험 최소교육이수시간은 2시간. 이 정도 연습해서 될까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모의시험을 봤더니 이건 뭐 2시간이 길어도 너무 길었습니다. 시동을 켜고, 기어를 변속하고, 전조등을 조작하고, 방향지시등을 조작하고, 와이퍼를 조작한 뒤 천천히 달리면서 돌발이 나오면 비상등을 한 번 눌렀습니다. 잠시 후 '시험이 모두 끝났습니다'. "이게 정말 끝난 건가요?" 물었더니 강사 선생님이 "네, 이렇게 바뀐거에요." 합니다. 학원생도 황당하고 강사도 황당합니다.

간소화 된 이후 기능시험 합격률이 91%까지 늘었습니다. 당연히 기자도 여유있게 합격했습니다. 2시간 연습한 기자도, 연습 한번 해본 적 없는 다른 응시자도 모두 합격했습니다. 합격한 건 무척 기분 좋은데, 괜히 민망했습니다.

기능시험을 본 그 날, 학원에 돌아가서 도로주행을 연습했습니다. 처음 도로에 나간 시간은 오후 6시 30분, 퇴근길 차량들로 도로는 꽉 막혀있습니다. 핸들을 잡은 두 손과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오른쪽 발에 힘이 잔뜩 실립니다. 해질 때까지 2시간 연습하고, 다음날 4시간 연습해서 최소교육이수시간을 채웠습니다. 

도로주행은 기능시험과 차원이 다릅니다. 제일 어려운 건 차선바꾸기와 U턴하기. 차선을 바꾸고 싶은데 사이드미러를 봤더니 옆 차선에서 달려오는 차가 수박만한게 보입니다. 깜짝 놀라서 얼른 핸들을 틀고, 또다시 시도해도 마찬가지. 좌회전 신호를 놓치고, 직진만 했습니다. U턴은 더 어렵습니다. 왼쪽을 보고 있으면 오른쪽에서 달려오던 차량이 '빵빵'. 진땀을 흘렸습니다. 정말 이 상태라면 떨어진다는 강한 위기감이 몰려들었습니다. 이틀 동안 자정까지 둥근달을 보며 연습했습니다.

열심히 연습했지만, 도로주행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언제 어떤 돌발상황이 생길지 알 수 없는데다가, 아주 사소한 것도 감점대상입니다. 실격사유도 무척 많아서 잠깐 한눈 팔아 실수하면 도로 중간에서 그냥 내려야 합니다.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전에서 10점 이상 감점됐습니다.

그렇지만 운전면허시험에서 점수가 뭐 중요하겠습니까. 자격증 시험은 합격하면 되는 거죠. 나흘만에 딴 운전면허증, 기분이 좋아서 인증샷까지 찍었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축하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한결같이 그렇게 초단기간에 면허증을 딸 수 있냐며 놀라워하더군요. 걱정도 많이 하는데, 농담처럼 운전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더니 "꼭 그러다가 사고난다."며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쉽게 딴 운전면허, 도로에서 민폐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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