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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자가 게임머니를 해킹으로 털리고 보니

[취재파일] 기자가 게임머니를 해킹으로 털리고 보니
"전 세계 5천만 독자를 뒤흔든 초대형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와 해리 포터를 향후 10년간 잠재울 유일한 책"

엄청난 수사로 광고 문구를 장식한 이 책은 스웨덴 작가가 쓴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를 말하는데요, 5백 페이지 가까운 두꺼운 책 6권이 3부작으로 출간돼 국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광고문구만큼 엄청난 재미와 긴장감을 안겨주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페이지 넘기기가 힘겹지 않은 괜찮은 소설입니다. 특히 작가가 (지금은 고인이지만) 기자 출신이고 소설의 주인공도 경제부 기자인 만큼 관심을 갖고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독특한 재주를 갖고 있습니다. '사진 기억력'이라는 한 번 보면 사진 찍히듯이 머릿속에 기억이 남는 능력이 있고요, 또 한가지 엄청난 컴퓨터 해킹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이 여주인공이 겪는 모든 난제는 불법적이기는 하지만 '해킹'으로 해결됩니다.

국내에서도 개인은 물론 거대 금융회사들까지 해킹을 당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경제적인 피해를 주고 있죠. 현대캐피탈, 농협 등등 최근 대형 금융기관들의 연속적인 해킹 기사가 방송과 신문의 헤드라인에 계속 올랐고 그 이후에도 해킹 관련 기사들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주 이런 기사가 있었죠.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해 PC방 컴퓨터를 감염시키고 감염된 컴퓨터 화면을 훔쳐보며 취득한 게임머니를 환전해 수억원을 챙긴 일당 34명이 적발됐습니다..."

이렇게 해킹 관련한 기사는 매주 빠지지 않고 보도되고 있지만 항상 제게는 남의 얘기였습니다. 제가 해킹에 대한 기사를 직접 작성하거나 주변의 동료 기자들이 해킹 관련 뉴스를 취재해 방송하는 일이 다반사인데도 저에겐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이 판을 치는 와중에도 처음에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다 직접 받아본 뒤에야 "아하! 나쁜 X들 많네"라고 실감하듯이 이번에 제가 피해자가 된 이후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게임포탈'이라는 게 있습니다. 수십 가지 종류의 게임을 모아 놓고  이런 게임 저런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사이트인데요, 유명한 게임포탈에 제가 갖고 있던 35,000원 어치의 게임머니가 저도 모르게 사라진 겁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애꿎은 제 동생만 닥달을 했는데 알고보니 제가 입금하자 마자 반나절만에 누군가가 돈을 빼간 겁니다. 현금으로 바로 빼갈 수 없으니 고스톱 게임 머니로 바꿔서 상대방에게 일부러 잃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각 사이트마다 비밀번호나 아이디를 다르게 하라는 금과옥조를 알고 있으면서도  단지 귀찮고 헷갈린다는 이유로 인터넷뱅킹부터 오픈마켓, 게임포탈 등 온갖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같은 것으로 해놓았으니 해킹을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금융회사의 해킹으로 생기는 고객 피해를 보상하도록 법개정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금융위원회가 해킹사고 때 금융회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으로 전자금융거래법안을 개정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개정된 법에 따라 실제 100%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근거가 되는 법이 있어도 막상 상황이 벌어지면 금융회사와 피해자간에 책임 소재를 따지는 분쟁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금융회사나 거래 기업 등이 집단적으로 해킹을 당한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본인 스스로 해킹을 당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비밀번호를 다르게 하고 자주 바꿔야 합니다. 또  보안프로그램을 반드시 설치하고 귀찮아도 패치를 꾸준히 받아야 억울한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천만 명, 2천만 명의 개인 신상정보가 범죄 혐의자들이 갖고 다니는 USB 메모리 스틱 안에 다 들어있다고 하니 조심 또 조심해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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