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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달빛이 스며드는 집

미술전시/ 모준석 개인전 '널 위한 자리'

아파트는 굉장히 편리한 생활공간입니다. 하지만 면으로 막혀있고 이웃이 살아가는 소리는 더 이상 정겹지 않은 소음이 되었습니다.

모준석 작가가 만들어낸 집은 선으로 되어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과 쏟아지는 비를 막을 순 없겠지만 집에 앉아서 달빛이 스미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상상에 빠집니다.

[이시내/ 선컨템포러리 큐레이터 : 흔히들 집이 너와 나를 가르는 수단이나 보호막 정도로 생각하는데, 작가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나를 비워내고 공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해석을 했어요.]

이곳에 사는 이웃이란 마음마저 투명할 것 같습니다. 구리선으로 구불구불 그려낸 집들은 작은 동네가 되었습니다. 달빛이 스미는 진정한 달동네입니다. 열려있는 상상 속의 집은 마음마저 시원하게 해 줍니다. 진짜 이런 집이라면 굉장히 불편할 텐데 말이죠.

[이시내/ 선컨템포러리 큐레이터 : 개인으로 대변되는 집을 통해서 우리가 비워지고, 그 비운 공간에 '내가 너를 위한 자리를 만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죠.]

항상 포근하고 살가운 동네에서는 이런 집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작가는 집이란 공간이 어렸을 때부터 항상 중요했다고 합니다. 자주 이사 다녔던 경험이 있다는데요, 언제나 따뜻한 가족이 있는 공간으로서의 집이 아니라 자주 이사 다니며 새로운 친구들과 적응하기도 힘들고 어색한 순간들이 많았나 봅니다.

[이시내/ 선컨템포러리 큐레이터 : 작가는 어린 시절에 이사를 많이 다닌 편인데요, 어른이 되고 나서는 기숙사 생활을 많이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니까, 그런 관계 속에서 오는 갈등이나 또는 사람을 갈망하는 듯한 작업을 시작했어요. 보는 사람은 밖에서 이 집을 관찰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 안에 거주하는 또다른 내가 되어서 '나'를 바라보고 그 안에서 생활자가 되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해요.]

자신에게 부족함이 생길 때에야 감사함을 깨닫는다고 하는데요, 면으로 갇힌 공간이 아니라 사방으로 열려 있어서 사람과 자연과 달빛과 소통이 가능한 집을 꿈꿔 왔던 게 아닐까요? 어쩌면 추워 보일 수 있는 구리선으로 이어 만든 집이 따뜻해 보이는 이유는 그래서 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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