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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모내기할 논에 나무 심는 까닭

[취재파일] 모내기할 논에 나무 심는 까닭
지난16일 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발표된 대전 신동.둔곡지구는 요즘 때아닌 나무심기 바람이 불고있다. 예년 같으면 논을 삶고 모내기 준비에 한창이어야 하지만 벼 대신 조경수와 유실수를 심고있는 것이다.

수령 2-3년 짜리부터 10여 년 된 제법 굵은 나무까지 포크레인을 동원해 구덩이를 파고 마구 심는다. 나무간 간격도 불과 50센티미터 이내로 촘촘하기만 하다. 나무 생육조건등은 아예 관심이 없는 듯하고 식재 면적당 밀도를 높이기 위한 것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겉으론 식목 행위를 하고 있지만 속으론 딴 생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속셈은 과학벨트 사업이 시작될 때 좀 더 많은 보상을 받고 싶은 욕심이다. 발빠르게 얌체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현지 주민들이 아닌 외지인 지주들이다. 대전 북쪽지역이며 세종시와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각종 개발 소문이 돌며 외지인들의 땅투기가 벌어져 절반 가량의 땅이 외지인 손에 넘어갔다고 한다.

애초부터 땅을 건강한 삶의 터전이 아닌 단지 돈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사람들이다보니 돈되는 일이라면 식목 뿐아니라 뭐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 발표 뒤 벌어지는 이런 행위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상식선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얌체짓이 볼썽사나워 식목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나무 심어서 묘목값이라도 건질 수 있겠습니까? 정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사업발표 뒤 보상을 노리고 하는 행위에 돈을 줄까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아무말도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상식이 깨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결론은 돈으로 보상해줘야 한다는 것. 식목하는 사람들은 이미 내 머리 위에 올라앉아 속으로 나를 조롱했을 법했다. 일순간 무식하고 순진한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 된 것이다.

현행법상 지장물에 대한 보상 기준은 사업발표 시점이 아닌 사업계획 승인날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의 경우 정부가 거점지구 발표만 했을 뿐 아직 사업계획 수립은 미정이다. 사업계획 수립을 위해 교육과학부에서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설치를 위해 용역을 발주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사업 계획이 수립되면 국토부에서 승인을 하게 된단다.

준비 기간을 6개월 정도 잡으면 연말쯤 돼야 사업계획 승인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서야 왜 모내기할 논에 서둘러 나무를 심는지가 이해가 됐다. 법의 허점을 노린 것이다. 앞으로 6개월간 식목 행위는 계속될 것이고 제지할 방법은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형 국책사업때마다 멀쩡하던 논밭이 순식간에 과수원, 조경수 농원으로 변하고 비닐하우스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화가 나는 것은 이런 일이 수십년 째 되풀이 돼 엉뚱한 데로 혈세가 줄줄이 새고 있지만 다들 불구경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예산이다보니 당장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고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이 황당하고 한심하며 무책임한 처사에 기가 막혔다. 국회의원이나 정부 관리들이 법을 고치고 만들면 얼마든지 얌체 행위를 예방하고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는데, 왜 아무도 손을 안 대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내년부터 오는 17년까지 예정된 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사업 부지는 370만 제곱미터. 부지 매입 보상비만 무려3천8백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사업계획 승인 전까지 계속될 나무심기와 비닐하우스 설치등을 포함하면 보상비는 눈덩이 처럼 불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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