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5월21일 최후 심판의 날?

세상이 뒤숭숭하다 싶으면 어느새 스멀스멀 지구 종말론이 고개를 들곤 했습니다.

지난 1982년, 1992년에 이어 1999년 9월 9일 휴거 소동, 그리고 밀레니엄을 앞두고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 예언까지 차례로 빗나간 뒤에도 여전히 종말론이 세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최근의 잇따른 대형 자연재해들 때문일 겁니다.

올들어서만 유럽과 러시아의 폭설과 호주의 폭우, 산불에 이어 뉴질랜드의 지진, 그리고  최악의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미국의 대홍수와 토네이도까지, 외신이 온통 재해 뉴스로 뒤범벅이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 재앙의 전조로 중국에서 두꺼비가 떼를 지어 이동을 하고 미국 루이지애나와 아칸소에서 찌르레기와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백두산 화산 주변에 뱀들이 우글거린다는 심란한 얘기들도 들려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현존 최고의 문명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지구 최후의 날'을 주장하는 종말론이 한창입니다.



세계의 수도 뉴욕 한복판 타임스 스퀘어를 지구 종말이 임박했다는 문구들을 잔뜩 붙인 광고 차량들이 누비고 있습니다. 그 심판의 날은 2011년 5월 21일, 그러니까 바로 내일입니다!

5월 21일 지구 심판설은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 본부를 두고 있는  '패밀리 라디오'라는 이름의 지역 방송국 설립자 해롤드 캠핑이 주장해 오고 있습니다. 올해 여든 아홉의 나이인  캠핑은 자기가 성경을 꼼꼼히 분석해 본 결과 2011년 5월 21일, 지구에 최악의 지진이 일어나고,  진실한 믿음을 가진 신도 2억 만 명이 하늘로 들려올려지는 이른바 '휴거(携擧)'가 거행될 것이라고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그 후로 153일 동안 공포와 혼돈이 이어지다가 10월21일이 되면 인류는 마침내 종말을 맞이한다는 것이 캠핑이 주장하고 있는 '종말의 날' 시나리오입니다.

캠핑은 15년 전에도 "1994년 9월 6일 하늘이 열리고 천국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었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비웃음을 산 적이 있었습니다. 캠핑은 당시 날짜를 수학적으로 잘못 계산했지만 이번에는 정확히 계산해 틀림이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고 합니다.

황당하게 들리는 캠핑의 주장을 추종하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은 실제로 종말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추종자는 평생 모은 재산 14만 달러를 뉴욕의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에 심판의 날을 광고하는 데 모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또 가족들과 함께 오늘 최후의 만찬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라고 합니다. 이게 미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어서 태평양 건너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도 추종자들의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설사 내일 5월 21일이 무사히 지나간다 해도, 산 너머 산! 그 뒤에는 또  2012년 '지구 종말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카탄 반도에서 출토된 마야 달력이 기원전 3114년 8월에 시작해 2012년 12월 21일 끝난다는 게 그 근거입니다. 행성 엑스가 지구와 충돌한다거나 지구자기장이 역전돼 지구에 대 혼란이 온다는 설도 나돌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미지의 행성이 지구로 돌진하는 상황을 상정한 재난 영화 '2012'가 종말론을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NASA가 나서서 '지구종말론'을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애리스'란 이름의 행성이 우주공간을 떠돌고는 있지만 태양계 밖이어서 지구에 직접적인 위협은 되지 못하고,  마야 달력에 대해서도 2012년 12월 21일 세상이 끝나는 의미가 아니고 새로운 주기가 시작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참 세상은 재미있는 곳이어서 종말론의 음울한 분위기를 틈 타 한 쏠쏠하게 돈 벌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구 종말에 대비해 업자들이 지하 벙커를 만들어 팔겠다고 나섰고, 휴대용 식수 정화 장치나 가스 마스크, 자외선 차단 담요, 태양열 발전기 같은 대피 장비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는가 하면 부적과 양초 같은 기도용품들도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휴거 이후 남겨질 애완동물을 돌봐주는 사업까지 성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미신 취급을 받아 온 미국의 무속 신앙인 '부두교'도 종말론을 타고 요즘 신도들이 몰리면서 대박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심리학자이며 종교학자인 실비아 브라운은 자신의 저서 '종말론'에서 인간이 종말론에 빠지는 이유는 인간이 원래 유전자 안에 두려움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심리학자 리언 패스팅거는 '인지 부조화 이론'을 들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인간은 믿음과 실제가 다를 경우 믿음을 선택하고 실제를 왜곡해 부조화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과도한 신앙심에서 비롯된 구원론이 '믿고 싶은대로 믿는' 종말론을 낳았다는 얘기입니다.

   

정말 내일 지구 최후의 날이 온다면 오늘 당신은 무엇을 하시렵니까? 누군가는 산으로 도망가고 또 누군가는 열심히 사과 나무를 심으시겠지만 저는 조용히 다음 '취재파일' 쓸 준비나 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