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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첩 두는 사회! 중국의 일그러진 성문화

[취재파일] 첩 두는 사회!  중국의 일그러진 성문화
영토 확보를 위한 정복 전쟁이 빈발하고 예기치 않은 자연 재해 앞에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근대 이전에는 아시아는 물론 다른 세계에서도 축첩(蓄妾)은 흔히 볼 수 있는 제도였습니다. 전장에 나가거나 자연 재해에 맞서 싸우던 남자들이 목숨을 잃게 되면 남은 여자들은 어디론가 의탁할 곳을 찾아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유부남이더라도 본처 외에 사실상의 부부 관계를 맺고 있는 여성을 갖는 것을 죄시하지 않았습니다. 역사책에서 배웠던 형사취수나 몰몬교의 일부다처제도 아마 비슷한 기원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던 것이 근대화와 더불어 남녀평등의 기치 아래 일부일처제가 인류 보편의 가치로 자리잡으면서 지금은 이슬람권 국가들을 제외하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축첩제도가 전 근대적인 악습으로 치부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급속한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에서 현대판 축첩제도를 뜻하는 '얼나이' 풍조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얼나이(二奶)! 말 그대로 풀이하면 '두 번째 젖가슴'을 뜻하는데, 바꿔 말하면, 본 처 외의 정부(情婦), 즉 첩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물론 요즘 시대에 남자의 씨가 마를 만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흔하지도 않을 텐데 이처럼 얼나이가 유행하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성문화와 배금주의, 그리고 부패 때문입니다.

권력과 재력을 갖춘 남자들이 아리따운 젊은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삼아 남들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와 오직 윤택하고 화려한 삶을 좇아 도덕이나 윤리는 아랑곳하지 않는 요즘 젊은 여성들의 비뚤어진 가치관과 성 도덕이 묘하게 들어맞은 셈입니다.

얼나이를 찾는 남자들에게 가장 각광 받는 얼나이는 20대 초반의 아리따운 여대생들입니다. 외모와 학벌에 따라 '몸값'도 천차만별이어서 예술전문학교 여대생들이나 베이징대나 칭화대같은 명문대 출신 여대생들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거짓말 같은 흥정이 대학가에서는 이미 조금도 새삼스럽지 못한 일이 됐습니다. 개혁 개방과 함께 성적인 자유분방함도 함께 찾아왔고 어느새 중국 젊은이들의 성적 일탈은 서구 사회를 뛰어 넘는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젊은이들의 성적 일탈이 얼나이 문화를 성행하게 한 검은 배경이기도 합니다.

얼나이라는 게 따지고 보면 돈으로 여성을 사는 성 노예 계약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런데도 출판물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얼나이 관련 경험담이 여과없이 전파되는가 하면 적지않은 수수료를 받고 얼나이를 중개해주는 알선 사이트까지 공공연히 등장해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릇된 얼나이 문화의 선봉에는 중국의 부패한 관료 집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리들의 첩 거느리기 열풍은 경제 발전의 어두운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탐관오리의 95%가 한 명 이상의 여성과 내연관계를 맺고 있었고, 특히 간부급 관리의 60% 이상이 얼나이를 두고 이중생활을 즐겼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일부 간 큰 관리들은 공식석상에까지 자랑삼아 얼나이를 대동하고 다니다가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중국사회과학원이 최근 개혁 개방 이후 10년 간의 성과분배율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30%가 관리들의 몫이었던 반면, 농민과 노동자, 농민공은 각각 1.3%, 0.9%, 0.5%를 차지하는 데 그쳤을 정도입니다. 경제발전의 열매를 가로챈 중국 관리들이 파렴치하게도 축첩을 일삼아 왔던 것입니다.

이런 사실이 하나씩 둘씩 드러나면서 소외 계층들의 불만을 촉발시켜 사회 불안 요인으로까지 비화될 소지가 보이자 공산당은 서둘러 관료들의 축첩 금지령을 내렸지만 음성화됐을  뿐 하루 아침에 일소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얼나이 문화는 필연적으로 가정 파괴를 수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체 이혼 소송의 34.5%가 얼나이 때문에 비롯됐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올 지경입니다. 이렇다보니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城外的人想沖進來, 城里的人想進出來' 이란 유행 어구까지 등장했습니다. 그 뜻인 즉...'성안의 사람(기혼)은 성밖(미혼)으로 나가고 싶어하고, 성밖의 사람은 성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한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일그러진 중국의 성문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은 분명 혼돈의 시기인 것 같습니다. 1949년 신중국 성립과 함께 전근대적인 축첩 제도를 전면 폐지했던 사회주의국가 중국이 '중국식 자본주의'의 깃발 아래 경제 성장의 단맛을 본 나머지 여성을 성적 도구이자 상품으로 여기는 천민자본주의 사회로 퇴보하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와중에 돈과 물질의 가치를 최상으로 여기는 사회 현상에 편승해 젊음과 몸을 도구로 삼는 중국 젊은이, 여성들의 혼돈이 안타깝습니다.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의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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