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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옹알이의 언어학"

[취재파일] "옹알이의 언어학"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부모 입장에서 육아 과정 중에 가장 내 아이가 신기하고 대견하게 느껴질 때가 한 마디씩, 한 마디씩  말을 배워가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인간 세계의 단어를 구사하기 전에도 물론 아기들은 의사 전달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입을 오물거리면서 알아듣기 어려운 음성을 쏟아 내는데요. 우리는 그걸 보통 옹알이라고 부르죠.

울음과 미소, 그리고 눈 맞추기로 최소한의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단계를 지나 옹알이를 시작하는데, 대충 생후 7개월부터 14개월까지 약간의 시기 차이는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른바  '쌍둥이 옹알이' 동영상을 한 번 보시죠.

<아래 주소를 클릭해 보세요>
http://news.sbs.co.kr/fresh/fresh_vod.jsp

주방 한 구석 냉장고 옆에 서 있는 두 아기는 생후 17개월 된 쌍둥이입니다. 기저귀에 양말만 신은 두 아기가 손짓 발짓까지 동원해 가며 한참동안 옹알이를 하는데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마치 토론을 나누는 것처럼 보입니다.

엄마 아빠 흉을 보는 건지, 아침에 먹은 이유식 품평을 하는 건지 아무튼 한참을 진지하게 의견을 주고 받는 듯 합니다.

물론 쌍둥이 사이에 실제로 의사 소통이 이뤄지기는 한 건지, 더 나아가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현대 언어학 수준에서는 도통 알 길이 없습니다.

지구상에는 3천5백 개 정도의 언어가 존재하고 있다는데,  아프리카나 남미 등에 남아 있는 원시 부족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마치 아기들의 옹알이가 조금 진화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는 "사람은 언어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고 주장했습니다.

촘스키의 주장은 인간의 언어 능력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고 언어 학자들은 옹알이 분석을 통해 이를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미국의 언어심리학자 로라 안 페티토 박사는 생후 5개월에서 1년 사이의 아기 10명이 옹알이 하는 모습을 캠코더로 찍어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아기들이 옹알거릴 때 입의 오른쪽이 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냥 소리 지를 때 양쪽 입을 비슷하게 움직이거나 웃을 때 왼쪽 입을 실룩거리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겁니다.

페티토 박사는  "이것이 바로 사람의 언어 구사능력이 선천적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왼뇌는 몸 오른쪽의 움직임을 총괄하고 반대로 오른뇌는 몸 왼쪽의 움직임을 담당하는데, 아기가 옹알이 할 때 입의 오른쪽이 주로 움직이는 것은 왼뇌의 작용이고 왼뇌에는 언어중추가 있기 때문에 언어중추의 작용이 바로 옹알이라는 논리입니다.

예일대 언어학과 폴 블룸 박사도 "새에게서 지저귀는 능력, 벌들이 윙윙 나는 능력이 선천적인 것처럼 인류의 언어 구사능력 역시 선천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인간은 지능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는 모방과 훈련을 통해 자기가 들은 언어를 말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후천적으로 언어를 배우는 것일 뿐 언어능력이 선천적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이 견해에 동조하는 뉴욕대 존 로크 박사는 옹알이를 하는 특정 원숭이 종족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원숭이 새끼가 옹알이를 하면 어미가 와서 보호하는데 사람 역시 옹알이가 엄마를 부르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인류의 언어 능력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에 관한 언어학자들의 논쟁과는 별개로, 분명한 것은 아기들이 옹알이를 통해 엄마, 아빠를 비롯한 가족들과 소통하며 사랑을 나누고 또, 한 인간으로서 한걸음 한걸음씩 성장해 나간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글을 읽으시는 엄마, 아빠님들 오늘은 사랑하는 아기의 옹알이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보세요.  거짓말처럼 아기가 하고 싶어하는 말이 들릴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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