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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계속 내렸다는 통신비 왜 이리 비싸지?

"결국은 칼자루 쥔 방통위가 어찌하느냐가 관건"

[취재파일] 계속 내렸다는 통신비 왜 이리 비싸지?

통신업계 분들은 만날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통신비는 단 한번도 올라간 적이 없다는 겁니다. 내리고 또 내리는데, 비싸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거지요.

분명 일반인들과는 하늘과 땅만큼 시각차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통신비 인하를 취임사에서 언급했습니다. 그것도 ‘가입비’와 ‘기본료’ 두가지 항목을 콕 찍어서 내리겠다고 말이지요.

"생색내기 좋은 가입비, 대략난감 기본료"

가입비는 통신사들의 말대로 꾸준히 내리기는 했습니다. 지난 2009년 초당 과금제가 도입될때 가입비는 SK텔레콤이 5만5천 원에서 4만 원으로, KT는 3만 원에서 2만4천 원으로 내렸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큰 금액 같지만 사실 통신사들 입장에서 가입비는 포기하기가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 번만 받는 것이어서 눈 딱 감고 깎아줘도 매출에 큰 영향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용자 입장에서는 가입비는 왜 받는 건지 선뜻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통화를 한 것도 아니고 데이터를 이용한 것도 아닌데, 그 큰 돈을 왜 내야할까요? 아무튼 이 가입비 부분은 통신3사의 CEO들이 최시중 위원장과 오찬 간담회를 하면서 내리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료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한 달에 1만 2천원씩 하는 기본료는 일단 깎아주면 계속 매출이 줄게 됩니다. 지난 2009년 초당 과금제를 도입한다고 통신사들이 대대적으로 발표할 때도 기본료 인하 방안은 끝까지 빠져 있었습니다. 그만큼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방안이라는 거지요. 통신 업계의 고위 임원은 기본료를 ‘아킬레스 건’이라고 표현할 정도였습니다.

'요금 인하' 복잡한 통신업계의 속내

최시중 위원장의 발언은 기본료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있습니다. 위원장은 취임사를 하면서 통신업계에 일종의 화두를 던지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통신업계의 속내는 다소 복잡합니다.

일단 6월에 OECD에서 각국별로 통신비 현황이 발표됩니다. 지난 2009년 발표 당시 국내 요금 수준이 어떤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통신비 인하 논란을 촉발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2년마다 발표되는 자료는 올해 6월에 나올 예정입니다. 통신업계는 이번에도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보는 시각이 대세입니다.

게다가 19대 총선이 한 해 밖에 안 남았다는 것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요금 인하 압박이 거세질텐데, 통신업계에서는 최대한 시간을 끌며 버티기로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한 번에 통신 업계가 줄 수 있는 걸 다 주면 나중에 ‘밑천’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지요.

이미 방통위가 연초에 물가 인하 방안으로 스마트폰 무료 통화 20분 방안을 발표했지만, 통신 업체들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요금 인하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거 같다는 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특정 요금 항목 내리겠다는 건 착시 효과만 일으킬 뿐"

시민단체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비관적입니다. 통신비 인하를 외치면서 가입비니, 기본료니 항목을 얘기하는 건 일종의 착시 효과만 일으킬 뿐이라는 겁니다. 통신 업체들이 요금 인하를 해주는 척하면서 실질적으로 새로운 요금 항목이나 상품을 만들어내면서 매출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는게 요지입니다.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한달 평균 매출은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들에 비해서 30% 이상 증가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올해 2천만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통신사들의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통신비 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던 전응휘 녹색소비자전국연합회 이사는 방통위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독점적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는 통신업계, 특히 SK텔레콤은 방통위의 요금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방통위가 아무 생각 없이 요금제를 내주고 있다는 겁니다. 앞으로 빼주는 척하면서 뒤로 덧붙이는 교묘한 요금 체계를 방통위가 묵인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사실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내려간 요금이 가입비인지, 기본료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줄어드는 게 중요한 일이니까요. 결국 통신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방통위가 요금제 인가를 철저하게 해 실질적인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게 전 이사의 생각이었습니다.

칼자루는 2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요금제의 개념이 변한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기차표도 예약하고, 뱅킹도 하는 것 때문에 과거라면 다른 비용으로 잡히던 걸 통신비로 집계되도록 하는 건 분명합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요금을 ‘복합 문화비’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시각은 스마트폰을 쓰면서 나가는 돈은 분명 통신비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과거보다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인터넷 사용료를 ‘복합 망 사용비’ 따위의 괴상한 용어로 표현하지는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나 할까요?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사용자들도 어느 정도는 비용 지출을 용인할 수는 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일반 전화를 쓸 때보다 몇 만 원씩 요금이 올라가는 현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2기 방통위는 이런 통신비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까요? 칼자루는 방통위가 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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