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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돗물, 에비앙 이겼다지만…

[취재파일] 수돗물, 에비앙 이겼다지만…

여러분은 수돗물을 얼마나 많이 드시나요? 혹시 수도꼭지를 틀어서 그냥 마시는 분들도 있으신가요?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한 통계를 보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은 100명에 2명도 안되는 걸로 나옵니다. (참고로 미국은 50% 정도입니다) 수돗물을 정수해서 마시거나, 생수를 사서 마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겠죠. 수돗물의 맛이 떨어져서 그럴까요?

수돗물을 공급하는 수자원공사가 과연 그런 것인지 알고 싶어서 지난해 말 물 맛 비교 테스트를 했습니다. 비교 대상은 수돗물과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주 삼다수, 프랑스산 수입생수 에비앙 이렇게 3가지 입니다. 5가지 평가 항목에 따라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겼는데, 결과를 보면 좀 놀랍습니다. 물 맛 좋다고 소문난 제주 삼다수가 78점을 얻었는데, 수돗물도 똑같은 78점을 받았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수 '에비앙'은 72점에 그쳤습니다. (외국인 평가에서는 삼다수가 70점, 수돗물이 67점, 에비앙이 64점이었습니다. 에비앙 자존심이 상하겠군요.^^)

최근 물의 날을 맞아 시민들을 상대로 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수돗물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보다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안대를 벗고나서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 참가자들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수돗물의 가격은 1000리터에 평균 390원인데, 제주삼다수는 37만원입니다. 삼다수가 수돗물보다 930배 정도 비싼 건데 소비자들은 물 맛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생수에 비싼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가 실시한 물 맛 비교 테스트의 내용을 약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들의 평가를 받은 수돗물은 일반 가정집 수도관을 통해 흘러나온 '진짜' 수돗물은 아닙니다. 정수장에서 만들어진 수돗물을 생수처럼 페트병에 담은 '페트병 수돗물'입니다. 똑같은 수돗물이지만, 페트병 수돗물과 상수도관을 타고 가정으로 흘러들어가는 수돗물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후된 수도관 속의 녹과 이물질이 수돗물의 물맛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자원공사와 각 지자체들은 노후된 수도관을 새로운 관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얼마전 노후된 수도관의 98%를 새로운 관으로 교체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수도관 교체는 정수장에서 가정 집 앞 계량기까지만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수도관이 깨끗하게 교체됐다고 하더라도, 계량기부터 우리집 주방으로 이어지는 상수도관이 녹슬었다면 별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계량기부터 집안 수도꼭지까지는 집주인들의 몫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이 부분은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 도면상에 나오지 않는 정말 오래된 수도관이 곳곳에 살아있기 때문에 우리집으로 들어오는 수돗물이 중간에 어떤 험난한 경로(^^)를 거치는지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이 정도라면... 물 맛 좋은 수돗물 놔두고, 비싸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생수를 사먹는 시민들만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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