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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껍데기만 남은 예술인촌 사업

[취재파일] 껍데기만 남은 예술인촌 사업

"아, 우리나라 공무원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예술인촌 사업을 들여다보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 예술인촌 사업이란 특정 지역에 예술인들을 모아 집단 창작공간으로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입니다. 취지는 좋습니다.

이를 위해 지자체 예산으로 부지를 사들이고 도로와 상하수도 시설, 전시와 공연공간등을 조성한 뒤 입주 예술인들에게 개인 창작공간을 각각 만들어 작품활동을 하라는 것입니다.

백억 원대 안팎의 예산이라면 기초자치단체로서는 결코 작은 사업이 아닙니다. 당연히수요조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불분가지입니다. 어떤 예술인들이 들어올 수 있는지, 예술인들의 수요가 있는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는 있어야 겠지요. 그러나 예술인촌을 조성해온 어느 자치단체도 이런 수요조사는 없었습니다.

더구나 예술인촌의 컵셉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동군의 경우 펜션을 지어 예술인들에게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펜션 한 동에 3, 4억 원씩 책정했습니다. 지방의 가난한 예술인들이 과연 수억 원씩을 주고 입주할 수 있겠습니까? 또 펜션이 개인 창작활동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조차 설명하지 못하더군요. 펜션을 지어 숙박업을 해보라는 것인데, 사실상 집 지어 팔아먹는 장사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민간 사업자가 분양을 시도했으나 단 한 건도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하동군은 3차분양에서는 대상을 일반인에게로 확대하고 분양가도 1억 원 이상 낮추기로 했다고 합니다.  본질이 변경된 사업인 셈입니다.

양산시도 기가 차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개인 창작동 51동을 예술인들에게 분양해 일반 시민들이 와서 창작  활동도 보고 전시된 작품도 보라는 취지였는데, 가서 확인해 보니 완전히 일부 부유층의 개인별장으로 건립돼 있더군요. 그것도 분양이 제대로 안 돼 일부만 짓고 일부는 공사가 중단된 채 흉물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더구나 입주 예정인 예술인들의 면면을 보니 심지어 예술대 학생을 포함해 아마추어 사진사, 꽃꽃이회 회원, 조명기사 등 무늬만 예술인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마추어 동호회 같은 수준의 사람들이 예술인 명함을 내걸고 별장을 분양받은 겁니다. 이들 입주예술인들을 위해 양산시는 67억 원을 들여 종합전시 및 실내공연장을 지어 줬는데 준공 3년이 지나도록 전시회 한 번 없었습니다.

양산시는 결국 종합전시동 일부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남부센터 사무실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전시 공연 목적에서 교육기관 사무실로 바꾸어버린 셈입니다.

남해 예술인촌도 156억 원이 투입됐는데요, 결국 입장료 4, 5천 원을 받는 유료 원예촌으로 바뀌었습니다. 서구식 정원을 담아 일반에 공개한다는 취지입니다. 남해군은 조성한 뒤 분양이 안 돼 4년간 방치해 오다 서울경기지역 원예인들에게 연간 4천만 원 안팎의 시설료를 받고 영구 임대해 줬습니다. 시설보수 책임은 물론 남해군 책임입니다. 18만제곱미터의 부지를 감안한다면 사실상 그저 준 셈입니다.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된 셈이지요. 그러나  공무원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취재를 하면서 공무원들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 놓기 일쑤였고 책임자가 바뀌어서 잘 모르겠다는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참 우리나라 지방 공무원 해먹기 편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책임지는 자세가 안 보이는 뻔뻔한 행정이 가능하기에 이러한 무책임한 계획도 난립하는 것이겠지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대한민국 감사원은 뭐하는가?",  "검찰과 경찰은  뭐하는가?" 지방토호 세력과 지방자치단체 간부들 사이에 이런 공사와 관련한 이권 개입은 없었는지? 공사 금액 뻥튀기는 없었는지? 부실 공사는 없었는지? 등등의 의문이 절로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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