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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소불위 부동산 친목회

[취재파일] 무소불위 부동산 친목회

우리나라 부동산은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회원 부동산'이고, 또 하나는 '비회원 부동산'입니다. 부동산 업계에서 일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은 무슨 말인지 궁금하실겁니다. 언듯 들으면 회원 부동산은 자격증이 있는 부동산, 비회원은 자격증 없는 부동산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건 아닙니다.

당연히 회원, 비회원 모두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는 합법적인 부동산입니다. 이렇게 구분이 되는건 지역 친목회에 가입했느냐, 아니냐로 결정됩니다. 단순한 친목 모임에 가입했는지 여부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부동산이 사느냐, 죽느냐를 가를 정도로 점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지방 대도시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는 곳이라면 대부분 부동산 친목회가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지역에 터를 잡은 부동산이 중심이 되서 구성이 되는데, 이렇게 조직된 친목회 부동산끼리는 각자의 부동산 매물 정보를 공유하면서 협력합니다. 집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 집을 내놓은 사람들을 공동의 정보망에서 연결시켜 원활하게 거래를 성사시키는 겁니다.

집을 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지역의 모든 부동산을 일일이 발품을 팔며 돌지 않아도 되니 좋고, 집을 내놓은 주인 입장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이 매물을 보도록 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친목회의 애초 취지는 이렇게 좋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친목회의 성격이 변질되면서 곳곳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친목회는 철저하게 배타적으로 운영됩니다. 지역에 새로운 부동산이 생겨도 회원으로 받아주지 않으면서 지역 부동산 매물 정보를 완전히 차단시킵니다. 수십개 회원 부동산이 공유하는 매물 정보에서 배제되면, 아무리 열심히 발품을 팔며 뛰더라도 곧 한계에 부딪힌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계를 느낀 비회원 부동산들은 거액의 기금(가입비)을 내고 회원으로 편입하려고 애를 쓰거나, 아니면 외롭게 투쟁을 하다 대부분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목회가 지역 부동산 시장을 사실상 좌지우지 하다보니, 이런 저런 횡포도 많습니다. 대표적인게 '일요일 영업금지'입니다. 한 주 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하루쯤 쉬는게 뭐가 문제겠습니까? 하지만 친목회는 철저하게 단체행동으로 이뤄지다보니, 친목회에 가입한 부동산들이 일요일에 모두 문을 닫으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모처럼 일요일에 시간을 내서 집을 보려는 사람들은 이런 친목회의 단체 행동 때문에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지만, 이런 행동 지침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친목회의 엄청난 정보력, 과도한 단체 행동이 부동산 가격으로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번 취재를 위해 경기도 성남 분당, 광명, 서울 목동 현장을 다녔는데, 아무리 전세난이라고는 하지만 이해가 안될 정도로 전세값이 뛰는 사례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임대인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가격에 전세를 내놔도, 부동산들이 좀 더 많이 받아줄 수 있다면서 매물을 일단 잡아두고, 높은 가격에 전세 들어오겠다는 임차인을 구하는 경우가 한 가지 사례입니다.

높은 가격에 전세를 들어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이렇게 시세가 뛰게 되면 서민들은 낭패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부동산들이 전세 계약이 만료 시기가 다가온 집주인들 명단을 확보한 뒤,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전세 보증금을 더 많이 받아주겠으니 집을 맡겨달라고 하는 경우입니다. 이 역시 전세 시세가 천정부지로 뛸 수밖에 없습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정치권에서는 부동산 친목회의 폐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부동산 친목회가 전·월세 상승에 영향을 끼쳤는지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고객보다 회원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끈끈하게 뭉쳐져 있는 부동산 친목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왜곡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만큼, 정부가 이번에는 솜방망이 처벌 대신 좀 더 강력한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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