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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돈 쓰는 국회…앞뒤 안 보고 공사만

헛돈 쓰는 국회…앞뒤 안 보고 공사만

지금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마다 공사가 진행중이다. 기존 컴퓨터를 듀얼PC로 바꾸고 네트워크망을 새로 설치하는 공사다. 행정안전부 예산 40여억 원과 국회자체예산 30여억 원이 투입된 70억 원이 넘는 큰 공사다.

기존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컴퓨터는 각 가정에 있는 컴퓨터처럼 한 대의 PC에서 인터넷 검색도 하고 문서작성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외부 인터넷망과 연결돼 있다보니 해킹 등을 통해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높고, 컴퓨터 바이러스 침투로 정보가 소실될 우려도 있다.

그래서 인터넷망과 분리돼, 국회 컴퓨터끼리만 연결되는 내부망을 설치하고 내부망 접속 전용 컴퓨터를 새로 설치하는 것이다. 내부용PC에서만 문서작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인터넷용 PC와 내부용 PC는 하나의 본체에 같이 들어있다. 그래서 이름이  '듀얼'PC다. 본체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내부용과 외부용PC가 전환이 된다.

그런데 이런 듀얼PC가 업무에는 엄청나게 불편하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필요한 문서를 작성한다고 치면, '인터넷용PC 접속 ⇒ 필요한 자료 검색 ⇒ 전용USB에 자료 저장 ⇒ 내부용 PC접속 ⇒ USB에서 자료 복사 ⇒문서 작업'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관련 자료가 많고 참고해야 할 것이 많을 경우 일반적으로 모니터에 '새창'을 띄워놓고 보면서 바로바로 작업을 해야하는데, 듀얼PC에서는 이렇게 할 수가 없다. 너무 번거로워서 듀얼PC에서는 사실상 작업이 불가능하다.

처음 듀얼 PC 도입이 논의된 것은 재작년부터다. 그 때부터도 업무 불편이 예견됐고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논의는 일단 설치하고 개선은 차차해간다는 쪽으로 마무리됐고 지난해 10월 국감을 앞둔 8월쯤부터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업무 불편 때문에 설치하겠다고 나서는 사무실이 적었고 올해 들어서는 아예 조직적으로 설치에 반대하는 움직임마저 있었다. 도입에 대해 사무실 직원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부치더니 업무 효율성만 떨어뜨렸다는 것이 반발의 요지다.

국회사무처는 결국 오는 2월 15일까지 모든 컴퓨터를 듀얼PC로 교체하되, 인터넷용PC에서도 문서 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인터넷PC에 암호화 프로그램이 새로 깔린 것 말고는 사실상 예전으로 돌아간 것이고 내부용PC는 별 쓸모가 없어졌다.

이런 사실을 취재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충분한 대비없이 서둘러 설비만 바꿔 예산을 낭비한 측면. 다른 하나는, 보안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설비인데 자신들의 업무 편의만 생각하는 직원들의 이기적인 태도로 수십억 원이 든 사업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이다. 고민 끝에 기사는 예산낭비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왜냐하면 도입 논의 단계부터 업무 불편이 클 것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국회 담당 부서도 그런 문제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좀 더 고민을 통해 업무 불편을 최소화하고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PC에 암호화 프로그램을 깐 것처럼 듀얼PC로 바꾸기 전 기존의 사무실 PC에 암호화 프로그램을 까는 방안은 왜 검토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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