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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전세난, 집 사야하나?

전문가들도 의견 엇갈려

극심한 전세난, 집 사야하나?
전세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습니다. 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들은 1~2천만 원은 기본이고 '억' 대로 올라가는 전세 보증금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내놨지만, 단기적으로 먹힐 만한 대책은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문제는 주택 수급불균형으로 이런 전세난이 올해, 길어지면 내년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세난이 이어지고, 집값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자, 세입자들 가운데 '집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쪽으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설 이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흐르게 될까요? 집을 사야하는 걸까요? 아니면 좀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지난주 경기도 부천에 있는 한 모델하우스를 찾았습니다. 유명 건설회사가 지난해 5월 790세대 규모의 아파트 분양을 개시했는데 당시 분양 계약을 한 사람은 10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분양률 15%. 완전한 분양 실패였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헤매고 있던 터라, 이 회사처럼 분양에 실패하는 민간 건설사들이 속출했습니다. 이 건설사 직원의 말을 빌리자면 당시는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 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몇 개월이 지나면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전세난과 맞물리면서 모델하우스를 찾는 손님들이 늘었고, 하나 둘 계약이 이뤄지면서 지난해 5월 15%였던 분양률이 9개월 만에 75%로 뛰었다고 합니다.

국토해양부가 2011년 1월 28일에 발표한 전국 미분양주택 통계를 봐도, 미분양 주택이 많이 소진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10년 12월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은 8만 8천 700채로, 전달에 비해 5천 800채 감소했습니다. 특히, 다 지어졌지만 빈집으로 남아있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1년 전인 2009년 12월에 4만 9천 채였는데, 1년 만에 4만 2천 채로 줄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난이 극심해지자, 당장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강남 일대 주요 재건축 단지 분위기도 심상치 않습니다. 일부 지역의 경우 부동산 시장이 꼭지를 찍었던 2006년 하반기 호가를 이미 넘어섰다고 합니다. 그동안 잠잠했던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리는 낌새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과연 집을 사야하나?"하는 고민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부동산 전문가들 입장 역시 스펙트럼이 참 다양합니다. 지금 당장,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주택을 구입해야 늦지 않는다는 입장과 '아직 위험하다', '정부의 정책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으로 크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은 남들이 주택 구입에 나서지 않는 바로 지금이 내집 마련 적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 주택 공급량이 지난해보다 35% 줄었고, 내년은 더 줄어들기 때문에 전세난이 지속될 것이고, 이런 상황이라면 올해 주택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 팀장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었고, 상반기냐 하반기냐의 문제일 뿐 올해 주택가격은 오른다는 게 모든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확언하면서, 실수요자라면 지금 진지하게 주택 구입을 고민하라고 충고했습니다.

김규정 부동산 114 리서치본부장은 약간 다른 입장입니다. 지난해 말 부동산 거래가 증가한 것은 맞지만, 세제 혜택이나 학군 수요에 따른 급매물 소진 같은 일시적, 국지적인 현상이라는 겁니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중순으로 들어서면서 아파트 실거래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고, 좀처럼 매매 분위기가 넓게 확산되지 않는 분위기여서 현재로서는 예전 같은 부동산 매매 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물가 문제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빚을 내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피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단, 주택 비용의 30% 미만으로 대출을 줄일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실수요자라면 올 여름철 비수기를 앞두고 나오는 급매물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변수는 참 다양합니다. 인구감소, 고령화, 은퇴, 핵가족화 등등이 있습니다만 현재 가장 중요한 변수는 총부채상환비율, DTI 입니다. 3월까지로 돼 있는 DTI 규제완화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는지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향방이 바뀔 수 있는 만큼, 내집 마련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은 일단 DTI 규제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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