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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서커스 '대박' 조직에는 이유가 있다!

태양의 서커스 '대박' 조직에는 이유가 있다!

처음 군에 들어가 훈련소에서 가장 어려웠던 게 행진이었습니다. 왼발을 맞춰야하는데, 여러 사람이 동시에 발 한번 맞춰서 걷는 게 왜 그리도 어렵든지, 조교에게 혼나고 욕먹으면서 겪은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깨져도 꼭 한 두명씩은 실수를 하게 마련이었고, 가끔은 제가 실수를 해서 모든 부대원들을 고생시켰던 기억도 있습니다.

제가 타이완에 취재를 다녀왔던 태양의 서커스 '바레카이'를 보며 문득 이런 군 시절의 행진이 떠올랐습니다. 인간의 몸짓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고난이도의 곡예,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호흡을 맞춰 하는 걸 보면서 이곳의 연기자들은 과연 어떻게 연습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혹시 엄한 분위기에서 군대식으로 '굴리며' 연습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무대 뒤편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에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연습을 하고 있는 연기자들을 실제로 보니 제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습니다. 이미 취재진들이 들어와 촬영하는 것에 이골이 난 듯, 연기자들은 전혀 동요 없이 자신들의 연습에만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고성도 없고, 짜증도 없고, 간간이 웃음소리가 들리는 자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누군가의 지휘를 받는다기보다는 각자 맡은 부분을 점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은 프로였습니다.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린 중국 연기자까지 그 바닥에서는 최고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올림픽에 캐나다 체조 국가대표로 참가했다는 흑인 여성 연기자 스텔라 씨도 "우리는 프로이기 때문에 알아서 다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태양의 서커스에는 자신과 같이 올림픽에 나갔던 국가 대표 출신뿐만 아니라 서커스 학교, 기예단, 가수, 무용가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최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공연의 수준 유지를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한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역시 중요한 것은 성과에 대한 보상이었습니다. 출연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러시아나 중국 출신 연기자들은 고국의 무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금액을 받는다고 공연 관계자가 귀띔해줬습니다. 예술 감독을 맡고 있는 가티엔 씨는 "연기자들이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걸 지원한다"고 우회적으로 말했습니다. 연기자들이 머무는 숙소는 공연장이 서는 곳 근처의 최고급 호텔이고, ‘그랑 샤피토’라는 이름의 공연 텐트 안에는 어린 연기자들을 위한 학교까지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최고로 대우해준다는 거였습니다.

장애인 서커스 연기자가 있다는 사실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일 출신의 연기자 톡막 씨를 식당에서 우연히 지나가면서 처음 봤는데, 휠체어에 타고 화상채팅을 하고 있는 그를 저는 솔직히 서커스에 직접 참여하는 연기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무대 위에서 목발을 짚고 환상적인 솔로 댄스를 보여줬습니다. 실력만 있으면 장애가 있다는 것은 서커스를 하는데 아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바레카이' 공연에 섰던 14개국에서 모인 150여 명의 연기자들은 그렇게 철저하게 실력으로 뽑힌 사람들이었습니다. 나이, 인종, 성별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장애까지도 말입니다. 그렇게 태양의 서커스는 서커스라는 오래된 소재를 이용해 각 분야에서 모인 최고수들을 통해 종합 예술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한해 티켓 매출 1조 2천억 원을 올린다는 태양의 서커스, 이 조직이 대박을 친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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