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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수술 급증 이유는 과잉진료?

인공관절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것 기억해야

무릎수술 급증 이유는 과잉진료?

영하 12도의 한파가 몰아친 날, 서울의 한 병원에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82세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내복을 겹겹이 껴입은 할머니는 수술에 대해 묻는 제게 얼굴을 찡그리며 "얼마나 아픈지 몰라. 죽다 살았어." 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수술 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거의 아프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보통 석 달 정도 지나야 통증이 사라진다는데, 벌써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겁니다. 오랫동안 무릎 때문에 걷지도 못하고 고생하셨던 어머니를 모시고 온 아들도 만족스런 표정이었습니다.

"일어나서 걸어라!" 예수님의 말씀이 실현되듯 인공관절 수술 뒤 통증 없이 걸을 수 있게 된 환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우리나라에서 무릎관절수술은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자료를 보니 2005년 2만5천 건이었던 수술이 2009년에는 5만4천 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여성 환자가 4만7천 명으로 전체의 88%에 달했는데, 저는 과거 많은 어머니들이 걸레질, 손빨래, 밭갈이 등으로 무릎을 혹사시켜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전문의들의 분석도 같을까요? "원래 여성이 근골격계가 약합니다." 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통계 자료를 뒤적이다 보니 무릎관절수술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주요 수술 33가지 가운데, 무려 3위에 올라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1위 일반 척추수술, 2위 백내장 수술에 이어 무릎관절 수술이었습니다. (건강보험공단 2009년 주요수술통계) 수술비로 나간 건강보험 비용도 2006년 2천1백억 원에서 2009년에는 3천4백억 원으로 1천억 원 이상 늘어났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무릎 관절수술을 가장 많이 한 곳은 '병원'급으로 50%를 넘었고,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대학병원 (상급종합병원)에선 불과 14%밖에 수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관절전문병원'들이 속된 말로, 무릎수술 시장을 꽉 잡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무릎 관절수술이 급속하게 증가한데는 '관절전문병원'들의 부추김이 한 몫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안 그래도 적자를 걱정하는 건강보험 재정이, 이런 '불필요한 수술' 때문에 더욱 나빠진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자료를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면서 노인환자가 늘었다곤 하지만, 이 정도까지 환자가 급속히 늘어야 하나 의문이 들었던 거죠. 그런데, OECD 국가의 무릎관절수술 현황 데이터를 보니, 독일은 우리나라의 4배, 프랑스와 영국은 2배, 미국은 10배가 넘는 수술이 이뤄졌더군요. (OECD Health Data 2010 Oct / 2008년 기준, 미국은 2006년 기준) 

사실 무릎관절 수술비의 상당 부분이 건강보험으로 해결된다 해도, 환자 본인이 내야할 비용은 저렴하지 않습니다. 양쪽 무릎 모두 시술할 경우 보통 4-5백만 원 정도 듭니다. 수술의 고통은 물론 경제적 부담까지, 큰 결심을 요구하는 수술입니다. 그래서 일단 '불필요한 수술'인가에 대한 판단은 제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환자들이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르고도 수술 뒤 더 큰 만족감을 얻는다면, 그분들에게 '불필요한 수술'이니 하지 마시라고 말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단, 수술을 생각하신다면, 무릎인공관절 수술 뒤 2차 감염 위험이 높고, 인공관절의 수명이 보통은 10-15년 정도이지만 영구적이진 않다는 점도 알아두셔야 합니다. 무릎 인공관절을 제거하고 재수술을 받는 경우가  2009년에만 9백 건이 넘는다는 사실, 화려한 성공담에 묻힌 무릎관절수술의 또다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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