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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북한은] "신년 공동사설, 통째로 외워라!"

2011년 첫 날은 토요일이었죠.

주말 동안 여유를 갖고 한 해 계획 세우신 분들도 계실텐데요.

그렇다면 북한 사람들은 이런 황금같은 주말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북한의 새해는 매년 신년 공동사설과 함께 시작됩니다.

1월 1일 북한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신년사'격인 공동사설이 발표됩니다.

이번 사설의 제목은 '인민생활 대고조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올려 강성대국 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자'는 겁니다.

내년 2012년이 북한이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해인데 올해를 그를 위한 전환의 해로 삼자는 얘기입니다.

어제(3일) 평양에서는 이 사설 내용을 실천할 것을 다짐하며 결의대회가 열렸는데요.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무려 10만여 명의 주민들이 동원됐습니다.

[문경덕/노동당 평양시당 책임비서 : 새로운 총공격전으로 부르는 힘찬 진군 나팔이며
올해에 우리가 짊어지고 나가야 할 전투적 지침입니다.]

하지만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TV는 각 분야의 노동자들이 따로 결의대회를 열면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임철웅/철도성 참모장 : 공동사설을 무한한 환희와 격정 속에 받아 안았습니다.]

추위를 견디며 서 있는 것도, 또 각오를 다지는 것도 하면 하는 건데, 문제는 이 사설을 통째로 다 외워야 하는데 있습니다.

올해 신년 공동사설은 정확히 1만 3229자입니다.

전문을 한 번 출력해봤는데요, 작은 글씨로 출력했는데도 A4 용지로 무려 7장이나 됩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가장 길고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집권 첫해인 1995년 공동사설부터 치면 세 번째로 많은 양입니다.
올해보다 양이 많았던 때는 지난 96년과 97년, 이른바 고난의 행군 때 뿐입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할 말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새해 벽두부터 이걸 다 외워야 하는 주민들, 정말 골치가 아프겠죠.

심지어 각급 당 위원회 같은 데서 공동사설을 다 외웠는지를 검사를 하고 못 외운 사람은 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새해, 이런 저런 이유로 머리 아프고 또 피곤하신 분들 많으실텐데, 1만 3천여 자의 사설을 붙잡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면서 그래도 기분좋게 하루 시작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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