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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에 총구 들이댔던 '권희로 사건'의 전말

26일 82세의 나이로 별세한 권희로씨의 기구한 일생은 1968년 2월 20일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시미즈(淸水)시의 클럽 밍크스에서 시작됐다. 

일본 폭력조직인 야쿠자 요원들이 빌려쓴 돈을 갚으라며 협박하며 권씨에게 "조센진, 더러운 돼지새끼"라고 욕설을 퍼부자 그는 갖고 있던 엽총으로 야쿠자 두목과 그 부하를 사살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41세였다. 

살해 후 그는 현장에서 45km 떨어진 시즈오카(靜岡)현 스마타쿄(寸又峽)의 후지노미 온천여관으로 달아나 여관주인과 투숙객 13명을 인질로 잡고 장장 88시간의 인질극을 벌였다. 

일본에서 살면서 온갖 차별과 모별을 겪었던 그는 인질극을 통해 재일교포의 차별문제를 부각시키는 기회로 최대한 활용했다. 

당시 사건은 일본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고, 그의 인질극은 TV와 신문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그동안 쉬쉬하던 재일교포의 인권과 차별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인질극을 지켜보던 어머니 박득숙(1998년 작고)씨는 아들에게 한복 한벌을 건네준 뒤 "일본인에게 붙잡혀 더럽게 죽지 말고 깨끗이 자결하라"며 자신도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그의 투쟁은 사건 나흘째에 기자로 위장한 수사관에 의해 전격 체포되면서 막을 내렸다. 

그는 체포된 뒤 여관주인에게 손목시계를 풀어주며 여관비로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그의 인간미를 엿보게 했다. 

권씨는 이 사건으로 8년간의 긴 법정공방 끝에 75년 11월 무기징역이 확정된뒤 시즈오카 구치소에서 구마모토 형무소로 이감돼 31년간 감옥생활을 하다 1999년 영주귀국, 부산에 정착했다. 

그의 석방운동에는 부산 자비사의 박삼중 스님이 큰 역할을 했다. 

박삼중 스님은 1970년부터 외롭게 권씨 석방운동을 펴온 이재현씨(서울 봉천3동 )와 함께 1990년 10만명 서명운동을 벌여 규슈지방갱생보호위원회에 접수시켰으며 1 993년에도 1만3천여명의 서명과 석방요청서를 일본 법무성에 보냈다.

이 서명서에는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와 김영삼 민자당 대표도 서명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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