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1
아침부터 서울 남부고용지원센터는 실업급여를 타러 온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20대의 젊은이부터 퇴직을 했거나, 회사가 망해 실직한 5, 60대까지.. 문을 연 지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뿐인데 벌써 순서표는 500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우리 나이로 58이라는 한 중년 남성 실업자와 얘기를 나눴습니다. 김포공항에서 장비 점검일을 했었는데, 2년 전 정년 퇴직을 했다고 합니다. 세상에.. 50대 중반에 정년 퇴직시키는 법이 어딨냐며.. 회사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습니다. 그래도 회사 규정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이 회사는 나왔지만 그 이후에 갈 데가 없었습니다.이제는 몸 하나로만 할 수 있는 그런 일이라도 하고 싶을 뿐입니다.
"경비나 해야죠. 지금 이 나이에 사무직을 가겠어요, 생산직을 가겠어요...."
'직업훈련안내'라고 써붙인 게시판을 기웃거리는 또다른 중년남성 실업자도 만났습니다. 할 게 없으니 지금이라도 기술이든 뭐든 배워봐야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교육받을 생각을 못 했냐는 질문에 허탈한 답이 돌아옵니다.
"일하면서 공부할 시간이 어딨어요..."
# 장면2
서울 중부여성발전센터의 피부미용 자격증 대비반.
30대부터 50대까지 여성들이 이론과 실무를 익히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자녀들 교육비를 위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온 주부부터 현재 사업을 하고 있거나, 심지어는 약사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들이 자격증을 따려는 이유는 다들 같습니다.
"언제 어떤일이 닥칠지 모르니까 대비하는거죠. 자격증을 따두면 힘들 때 일종의 우산같은 역할을 하니까.."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걸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사례들입니다.
3년마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지식의 절반 이상이 바뀌고 있을 정도이고, 부모의 재력에 따라 교육 수준이 달라지는 등 교육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평균 수명이 80에 가까워질 정도로 고령화 사회가 되는 등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같이 경제가 좋지 않을때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잃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제 평생 한 직장에서 같은 일만 하고 살기는 어려운 세상이 됐습니다.
'평생 직장'이란 말은 옛말이 된 것이지요. 그래서 '평생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평생 교육'이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기 시작한 건 90년 대 초중반 부터입니다. 99년에는 '평생교육법'이 독립 제정되어 본격적으로 정책화되기 시작했고요. 현재는 교육부와 노동부가 산하 기관들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각종 평생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각 대학에서도 '평생교육원'을 운영하고 있고요.
하지만, 아직 '평생 교육'에 대한 인식은 많이 부족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교육'이라고 하면 꽃꽂이, 요리, 스포츠.. 이런 '돈 많은 부인네들이 하는 시간 때우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평생 교육'은 취미 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을 비롯해 학력보완교육, 문자해독교육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물론 직업능력 향상교육도 들어가 있고요. 그렇지만, 회사원이 다른 직업 교육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 25부터 64살까지 우리나라 성인들의 직업 관련 평생교육 참여율은 11%를 간신히 넘길 정도입니다. OECD 평균이 18%인 데 비해 확실히 낮은 참여율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부분은 '시간이 없다', '근무시간과 겹친다'는 응답이었는데요. '비용이 너무 비싸다'. '가까운 곳에 교육기관이 없다'는 응답도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상황과 조건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교육을 받을 시간과 돈, 여유를 찾기 힘들다고들 합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요즘같은 때가 '평생 교육'이 꼭 필요한 시기라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여러 종류의 평생 교육 가운데 일단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직업교육을 더욱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소외계층 지원 사업에 '직업 관련 평생 교육'을 필수적으로 포함시키고, 현재 1인당 30만 원의 지원을 좀 더 늘려야 합니다.
또, 정부-지방자치단체-근로자-기업체-대학 등이 연결되는 '평생교육 네트워크'의 필요성도 제기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학 문호를 활짝 열어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미국의 '커뮤니티 컬리지'처럼 말이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직업교육 이후 바로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연결 고리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교육'이 그저 '교육'으로만 끝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젊을 때 열심히 일하고 노후에는 좀 편히 살아야지.. 이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고용 불안 사회, 고령화 사회, 고학력 사회 양극화 사회.. 이렇게 힘든 사회 속에서 '평생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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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부 권란 기자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유통업계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200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과 사건팀에서 활약하기도 했던 권 기자는 꼼꼼하고 성실한 취재로 소비자들을 위한 알짜 정보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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