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평] 이 대통령 '지지도 격차' 왜 생겼나

SBS뉴스

작성 2008.08.23 09:5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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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가 현직기자 3백3명을 대상으로 지난 14일과 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 국정수행능력 지지도가 2.7%였습니다. 이것은 비슷한 시기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들의 이 대통령 지지도 18.9%-31.0%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늘 뉴스비평의 주제는 일반인과 기자들의 이 대통령 지지도에 이와 같은 큰 격차가 왜 생겼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선 여야가 최근 가까스로 타결에 이른 원 구성 협상에 대한 SBS 뉴스의 보도를 정리해 봅니다. SBS 8시뉴스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11일 원 구성 협상을 이틀 뒤인 13일까지 끝내기로 합의했다가 가축법 개정 문제에 발목이 잡혀 실패했습니다. 13일 실무협상에서 민주당은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법률로 못 박자고 요구했고, 한나라당은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며 반대했습니다. 14일 SBS 뉴스는 가축법 개정안이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라면서 "18대 국회는 국회법에 정해진 원 구성 시한을 68일이나 넘긴 위법국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임기가 시작된 뒤 석 달 가까이 파행을 거듭하던 국회는 19일 마침내 정상화되었습니다. 가축법 개정안에 관해 한미 쇠고기 협상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절충안을 도출하면서 일괄 타결의 돌파구를 찾았다는 것입니다. SBS 뉴스에 따르면 여야 합의내용은 광우병 발생 시 수입중단, 미국과의 재협상 가능성,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재개 시 국회 심의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촛불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내용들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지난 5월 7일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개방으로 국민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국회 쇠고기 청문회에 참석한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통상마찰까지 각오하고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날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미국과 쇠고기 수입협상을 하고 있는 나라들의 협상결과를 보고 그 협상 조건이 우리보다 유리한 경우 재협상을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다음 날 한승수 총리도 이와 비슷한 약속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6월 19일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미국 정부의 확고한 보장을 받아 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SBS 뉴스는 지난 20일 여야가 합의한 가축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법체계상의 모순과 위헌 및 통상마찰의 소지를 들어 반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상마찰까지 각오하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던 정부가 여야 합의내용에 대해 통상마찰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뉴스비평을 시작하면서 제기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이 보도하는 뉴스가 실제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타결된 가축법 개정안은 촛불집회 과정에서 정부가 스스로 약속하거나 장담한 내용들을 문서로 만들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뉴스가 지적하지 않은 것이 그 사례의 하나입니다.

SBS 뉴스는 국회가 원 구성 협상을 타결 짓지 못하고 80여일이나 허송세월한 가장 큰 이유가 가축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의 이견 때문이라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여기까지는 사실보도였습니다. SBS 뉴스는 원 구성 협상의 타결을 특히 야당을 향해 강하게 압박한 일부 신문들과는 달리 여야의 주장을 나란히 세우는 것으로 보도를 끌어갔습니다. 그러나 가축법 개정안과 관련한 양쪽 주장의 의미에 대한 분석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야당이 왜 가축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에 대해 양보하지 않으려 했는가 하는 점과 여야 협상이 결렬에 결렬을 거듭했던 과정에 정부, 특히 청와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던가 하는 점에 추적취재가 필요했습니다. 언론은 그동안 경제위기에 대처할 민생입법을 준비한 정부가 국회 원 구성을 안타깝게 기다리고 있으며, 원 구성 지연의 모든 책임은 국회가 져야 한다는 식의 논조를 폈습니다.

하지만 원 구성의 전제조건인 가축법 개정 협상에서 대립한 상대는 실은 여야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촛불집회에서 확인된 여론을 국회에서 실현시키겠다는 명분으로 국회에 등원한 야당과 촛불집회에서 확인되었던 여론인 미국과의 재협상이 실은 일부 언론의 과장 왜곡보도 때문이라는 인식위에서 사태를 촛불 이전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정부였습니다. 뉴스가 이런 점들을 친절하게 설명했다면 원 구성이 되지 않은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던 국회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선도 한결 따뜻해졌을 것입니다. 기자는 상황을 직접 대면하면서 정보를 수집하지만, 일반인은 가공된 기사를 통해서만 정보에 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상황을 대면하는 기자들과 정리된 뉴스를 간접적으로 접하는 일반인 사이의 정보 격차는 불가피한 부분도 있지만, 뉴스가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려는 노력을 강화함으로써 크게 줄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원래의 질문으로 되돌아갑니다.

이 대통령에 대한 기자들과 일반인들의 여론에서 나타난 현격한 차이는 기자들이 주로 젊은 층인 반면, 일반인들은 여러 연령층에 분포해 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자들은 일반인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이 스스로 알고 있는 진실을 충분히 기사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기자와 일반인의 정보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고, 판단의 격차와 여론의 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