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방송에 단련된 베테랑 앵커라 해도, 생방송 진행을 할 때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생방송에는 항상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와 위험이 따른다는 이야기일 텐데요. 하물며 한국 역사상 최초의 일을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는 앵커의 고민과 긴장은 여러분도 어느 정도 짐작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때로는 우왕좌왕, 때로는 기적같은 감동을 함께하며 불철주야 좋은 중계를 위해 노력중인 러시아 현지 중계팀의 모습을 그린 박진호 앵커의 '중계 뒷이야기'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으며 '인기 기사'로 등극했습니다. 박 앵커도 독자들의 사랑에 절로 힘이 난다며 더 솔직하고, 더 생동감있는 뒷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생방송 중계의 현장,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아슬아슬했다는 해치 오픈 생중계 이야기 1탄입니다. 함께 보시죠.
채연석 박사가 소유즈와 우주정거장의 거리가 나오는 수치를 이곳 관제소 전광판에 나오는 흑백 화면 우하단으로 파악하고 계속 전달을 해주시는데, 그만..
그 화면을 비추고 있던 중계카메라가 국제우주정거장의 모습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서 '줌-인' 샷으로 바뀌었던 순간이죠.
시청자들이 보시는 화면은 훨씬 실감나보였지만, 앵커와 출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우하단의 중요한 거리수치는 화면 밖으로 밀려나 나오지 않게 돼버렸습니다.
이럴 수가, 이때의 당황한 심정이란..
방송 중에 '다시 줌-아웃!' 하고 외칠 수도 없으니 입으론 맘에도 없는 멘트를 하면서 속을 태우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박사님은 아예 몸을 뒤로 돌려서 육안으로 전광판을 보시며 수치를 찾으시더군요. 그 '노익장'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한 차례 파도가 지나가고 해치가 열리기까지 180분의 긴 여유.
(일단 도킹한 두 비행체는 지구궤도를 다시 2바퀴 정도 돌면서 양쪽 실내 공간의 압력을 조절하며 문을 열 준비를 합니다.)
노트복을 펴놓고 원고를 다시 정리하며, 손에는 도시락 젓가락이 입으로 왔다갔다 했습니다.
모스크바 한인 식당 특유의 그 귀여운 김밥이 어찌나 큰 에너지를 주던지 디카로 찍어놓지 못한 게 큰 후회가 됩니다.
그런데 또 중계팀에 충격이 닥쳐왔습니다.
원래 180분이던 대기시간이 90분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소식이 관제소 측에서 들려온 것입니다.
밥먹던 중계 기술팀과 PD, 앵커들은 우왕좌왕 다시 원고를 챙기는데 누군가의 입에는 밥풀이 그냥 붙어있는 게 보였습니다.
모스크바 관제센터 관계자의 말로는 소유즈 우주선과 우주정거장 양쪽의 기압을 맞추는 작업이 의외로 순조로워 당초 2바퀴 공백이 1바퀴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였는데 원래 예정된 해치 개방 시간은 한국시간 새벽 0시50분.
이것이 11시 20분으로 갑자기 당겨진다면..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까지 뭉개고 방송에 돌입해야 할 대결단의 순간이 다가오는 거죠.
이때가 모스크바 시간 오후 6시, 한국시간 11시에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모스크바에서 박진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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