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발사에 비해 도킹은 덜 주목받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화려한 카운트다운도, 천지를 울리는 굉음과 불꽃도 없이, 3시간에 걸친 정교한 작업을 요구하는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우주비행에서 우주선이 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과정은 '사고 가능성 최고'로 꼽힐 만큼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합니다. 우주공간으로 날아간 지 53시간 만에 어려운 순간들을 모두 이겨내고 활짝 웃으며 나타난 이소연 씨의 모습은 참으로 반가웠는데요.
발사에 이어 도킹의 순간을 생생하게 전했던 박진호 앵커 역시, 가장 어려웠던 생중계로 바로 이 도킹 생중계를 꼽으며 진땀 뺐던 '중계 극복기'를 보내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너무 정신없는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지고, 아무도 뭔가를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연속이 어젯밤 도킹의 순간이었습니다.
이곳 모스크바 MCC(mission control center), 즉 우주관제센터는 엄청난 보안의 건물입니다.
심지어 화장실 갈 때 말고는 꼭 이곳 직원들과 동행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과거에 평양에서 취재할 때가 생각날 정도입니다.
전날 밤 과거 도킹 과정의 비디오를 다시 보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막상 방송이 시작되자 상황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일단 관제소 측의 움직임을 쉽게 확인할 수가 없으니 관제소 앞에 펼쳐진 전광판을 보며, 전문가이신 채연석 박사와 함께 상황을 순간순간 유추하며 진행을 풀어가야 했습니다.
보통 도킹 때는 이곳 MCC 관계자가 방송 해설가처럼 러시아어로 과정을 실시간 브리핑해주는데 워낙 많은 교신이 이뤄지다 보니, 이 오디오가 중계석에서는 도저히 듣고 풀어내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당황스런 돌발 상황에, 저와 통역사는 '아... 어떡하지' 진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로켓박사 1호로 어린이들이 보는 위인전에까지 등장하신 바 있는 채 박사님이 이 순간 그 깊은 내공을 발휘하셨습니다.
소유즈에서 본 ISS(국제우주정거장)의 화면이 전광판에 보이기 시작할 때 박사님은 재빨리 우측의 복잡한 숫자들을 풀어내셨습니다.
"거리는 560미터가 남아있습니다"
'옳지.. 이제 감이 잡히는구나' 순간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습니다.
200미터, 120미터, 화면의 우주정거장은 갈수록 커졌고, 채 박사님의 콜에 저는 급히 4미터, 3미터를 외쳤습니다.
그리고 '덜컹' 하는 듯한 움직임이 보이자 '도킹 성공' 멘트를 내지르다시피 외쳤습니다.
순간 SBS의 현장 카메라기자는 이소연 씨 어머니 정금순 씨와 아버지가 환호하는 장면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또 한번 안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계속되는 긴장 속에 파김치가 된 중계팀들이 멀리 한국식당에서 공수된 도시락을 허겁지겁 먹고 있을 때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에서만 봤던 우주관제센터 MCC에는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박진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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