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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3, 2, 1 발사! 카운트다운 안 맞을까봐.."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박진호 앵커가 밝힌 '중계 비하인드 스토리'

2008년 4월 8일 밤 8시 16분 39초. 한국 최초 우주인이 우주를 향해 출발하던 그 순간, 모두들 가슴 졸이며 환호와 감격으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초'라는 타이틀 만큼 워낙 변수도 어려움도 많았던 지라, 방송에서 다 전하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 역시 많았다는 것이 현지 중계팀의 전언인데요. 현장에서 식은땀 흘렸던 순간, 조마조마했던 순간, 그리고 감동의 순간들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현장 생중계를 진행했던 박진호 앵커가 '역사적인 그날'의 생생한 기록을 보내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발사 중계를 마치고, 그날 늦은 밤 곧바로 전세기 편으로 우주관제센터가 있는 모스크바로 밤새 이동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생중계팀 전체가 안도감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표정들이었습니다.

5개의 카메라와 음향, PD, AD까지 각자 자신이 맡은 임무에 집중하다보니 발사 순간의 모습을 육안으로 직접 보게된 분들, 그리고 현장 바로 옆에 있는데도 간이 중계시설의 작은 모니터로 지켜봐야했던 분들이 나뉘었던거죠.

불과 20센치 크기의 간이 모니터로 발사를 지켜보면서 화면을 송출했던 한 분은 '출장길에 나설 때부터 나는 육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담담해했습니다.

하지만, 난생 처음 와본 카자흐의 중앙사막지대의 따가운 햇빛과 강풍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비행기 안에서 깊은 잠에 빠진 방송팀 모두를 위안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본 발사 광경은 마치 가슴이 얼어붙는 것 같은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로켓 하단에서 불이 번쩍 하는가 싶더니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엔진이 점화되는데 순간 번개가 친 것처럼 발사대 주위가 환해졌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함께 방송 현장에 있던 동료들은 모두 땅이 울리기보다는 울렁거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데, 1킬로미터 떨어진 중계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로켓 발사 2분 전부터 원고를 들고 중계석 뒤로 몸을 돌렸습니다.

육안으로는 작게 보여 아쉽기만 했던 소유즈 로켓은 상승하면서 마치 몸체가 불어나는 것처럼 커지며, 중계석 쪽으로 옆으로 밀려오는 것처럼 보여 심장이 '쿵쾅쿵쾅' 하는 소리가 날 정도였습니다.

흥분과 긴장이 교차된 상태에서 멘트를 하다보니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데, 아차! 손에 들고 있던 마이크를 잠시 잊고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 수초간 아마도 시청자분들은 제 목소리가 멀어진 느낌이 드셨을 겁니다. 옆에 계신 채연석 박사님이 마이크를 다시 잡아주셨죠.

1분 전부터 본격 카운트다운에 들어갈 때, 로켓을 바라보며 우리가 세고 있는 숫자가 끝나도 로켓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아니면 세고 있는 도중에 치솟아버린다면 어쩌나? 너무 큰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중계차 안에서 PD들이 보고 있는 시계는 8시 16분 39초가 될 것이라는 공식 확인되지 않은 러시아 측의 설명을 100% 믿고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초, 15초, '아 이제 마지막 발사대 구조물이 떨어져야 되는데..'

걱정하는 순간, 발사대가 분리되고 있었습니다. 그 때의 안도감이란...

그리고 발사 10초 전 멀리서 보기엔 '푸식' 하는 느낌처럼 불꽃이 번지며 엔진이 점화되는 것이 보였습니다.

현장 출연자들이 4,3,2,1을 세는 동안 발사대 주변은 화염의 열기로 로켓이 다시 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이 뿌려지면서 하얀 수증기로 가득했습니다. 연기에 가려지는가 했던 로켓은 정말 신기하게도 '발사' 외침과 동시에 붕 뜨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방송의 최대 난제였던 시간 맞추기가 맞아들어갔던 것입니다.

중계석의 모니터는 밝은 햇빛 때문에 거의 보이지 않았고 앵커와 출연자들은 각자 자기 눈으로 로켓을 바라보며, 그 순간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하늘로 사라진 로켓을 뒤로 하며 다시 자리에 앉을 때는 모든 관심이 모스크바 MCC에 집중됐습니다.

화면에서 '발사 성공'의 자막이 나올 때는 현장의 모두가 박수치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상하게도 저에게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미국과 달리, 러시아의 로켓 발사는 카운트다운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모스크바에 있는 현장팀의 취재를 신뢰하며 사실상 이번 방송의 모든 것을 걸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현장 직원들의 굳은 약속처럼 밀고 간 그 선택은 두고두고 모두의 추억으로 남게 됐습니다.

카자흐스탄의 광대한 사막, 한국 최초 우주인의 웅비, 그리고 그 한가운데는 비록 하나의 작은 점이지만 SBS 현장 중계팀의 열정이 박혀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박진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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