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의 비밀 보급로를 정찰하는 임무를 상상하며 전투기 출발 준비를 할 때보다 우주 왕복선의 조종실에 누워서 깜빡거리는 카운트다운 시계를 보고 있는 것이 훨씬 큰 긴장감을 줍니다.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비행기 속에 있는 것과 제어할 수 없는 우주선이라는 기계 안에 죄수처럼 갇혀있는 상황의 차이라고 봅니다.
우주비행사들을 가장 두렵게 만드는 것은 바로 NASA 관제자들의 혼란입니다. 우주비행사의 목숨은 완전히 NASA의 운영팀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이 조금이라도 어떤 문제를 능숙하지 못하게 처리하는 느낌이 들면 우주인들은 즉시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첫 출발 때의 순간이 가장 무서웠습니다. 공포에 휩싸였죠"
발사의 순간이 다가올 때 우주인들은 심란하다.
아마도 '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두려움과 흥분이 격렬하게 뒤섞이다 보니 스스로 감정의 색깔을 선명하게 구분하기가 어려운 게 아닐까 생각된다.
우주여행은 길고 험난한 여정이다. 그리고 아무리 부정해도 위험천만한 도전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인류의 우주개발이 시작된지 반세기가 흐른 지금에도 우주인의 생존이야말로 임무의 성공 여부를 결론짓는 거의 유일한 조건이 된다.
러시아의 우주인 훈련교관들은 우주인 후보들에게 항상 우주인의 생존이 가장 우선 순위라는 점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실제로 훈련의 상당 부분은 비상시 생명유지와 비상시 생명유지에 집중돼있다.
오랜시간을 동료들과 함께 제한된 공간에서 지내야하는 만큼 육체적 건강과 함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생존하는 문제도 우주에서는 중요하다.
특히, 장기 비행에 중점을 둔 러시아에서는 '심리학자'가 누구를 우주로 보낼 것인가를 정할 때, 결정적인 권한을 갖는다.
우주인은 물론 건강해야 하지만 건강의 의미는 예전과는 다소 달라졌다.
6,70년대 1세대 우주인들처럼 초인적인 영웅보다는 사고의 건전성과 보편성, 신체의 정상등이 충분한 자격 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소연과 함께 우주로 갈 러시아 우주인들도 모두 이번 비행이 초행길이다.
선장 세르게이 볼코프는 벌써 10년이 넘게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훈련을 받아왔다.
그에게도 이번 비행은 가슴 벅찬 순간이다. 그의 아버지도 우주인이었다.
그래서 이번 비행은 인류최초의 부자 우주인 탄생이라는 새 기록을 남길 전망이다.
재미있는 것은 '유리 말렌첸코'다.
세르게이 볼코프와는 달리 비행경험이 많은 러시아의 베테랑 우주인 가운데 한 명인 그는 이색 기록의 소유자다. 2003년 9월 우주정거장에서 지상의 신부와 TV화면을 통해 결혼식을 올려 최초의 우주결혼식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신부는 텍사스 주의 한 식당에 있었는데, 텍사스 주는 유일하게 이런 원거리 결혼식이 인정되는 곳이었다. 그는 지구로 돌아온 뒤 다시 신부와 러시아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결혼 반지는 우주화물선을 통해 전달됐다.
'페기 위슨'은 강인함과 침착함으로 상당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미국 우주인이다.
이소연 씨가 가가린 훈련센터에서 쓴 우주일기를 보면 페기 왓슨과의 만남을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엔 우주에서 재회하게 된다.
이미 지구로 돌아와 영웅이 된 말레이시아 우주인 세이크는 이소연, 고산 씨와 함께 훈련을 받았었다. 이슬람교도인 그의 우주 종교생활에 대한 얘기가 재미있다.
국제우주정거장은 24시간에 16바퀴씩 지구를 돌고 있는데, 하루에 5번씩 성지 메카를 향해 절해야하는 이슬람 교리로 보면, 그는 우주에서 24시간 동안 80번이나 이 의무를 행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종교지도자들은 회의를 열어 그에게만은 이 의무를 면제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해가 떠있는 동안은 음식을 못먹는 '라마단'의 의무는 "꼭 이행하겠다"고 공언하고 떠났는데... 알고 보니 우주에서는 45분마다 해가 지기 때문이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우주를 택한 이들의 가장 큰 특권은 이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