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나 돌고래, 물개, 해달 등 해양 포유동물들이 한시간 넘게 숨을 참은 채 잠수할 수 있는 능력은 혈중 산소 운반을 맡은 뇌 단백질 양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연구가 나왔다고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이 보도했다.
많은 학자들은 이들 동물이 오랫동안 숨을 참을 수 있는 것은 산소 전달율을 높이도록 적응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기도 했지만 실제 조사 결과는 이들도 잠수한 지 몇 분 안에 혈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져 사람이라면 의식을 잃을 정도까지 내려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은 이들 동물의 두뇌에서 새로 발견된 뉴로글로빈과 사이토글로빈 등 두 종류의 단백질의 기능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들은 살쾡이와 쿠거 등 육상동물들, 병코돌고래, 캘리포니아 강치 등 얕은 물 서식포유류, 거두고래와 큰코돌고래를 비롯한 심해 포유류 등 모두 16종의 포유류의 헤모글로빈과 뇌 글로빈양을 비교했다.
그 결과 해양포유류의 두뇌에는 육상동물보다 많은 헤모글로빈과 뇌글로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런 단백질이 동물들로 하여금 심해 잠수 중에도 의식을 잃지 않고 살아있게 해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얕은 물에서 살며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는 돌고래와 강치, 해달 등은 고래처럼 깊이 잠수하는 동물에 비해 뇌 글로빈 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진은 행동이 빠른 동물들은 산소를 신속히 뇌로 공급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헤모글로빈이 아니라 뇌 글로빈에 의존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가 높을수록 피는 점성이 짙어져 뇌까지 운반하는 속도가 떨어진다.
한편 살쾡이도 여우나 코요테같은 개과 동물과 달리 뇌 글로빈의 양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 연구진은 "숨을 참는 것이 글로빈 분비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빨리 달리는 것 같은 격렬한 운동이 글로빈 분비를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뇌의 글로빈 분비를 증진시킴으로써 질병과 노화에 따른 뇌손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연구가 사람의 뇌졸중과 노화에 관해서도 새로운 것을 밝혀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야생동물의 경우 뇌졸중이 오면 그대로 죽게 마련인데 해양포유류의 경우 뇌졸 중으로부터 보호받도록 진화와 선택적 압력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명이 200년인 북극고래에서 뇌활동 기간 연장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