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한국 영화산업이 양적, 질적으로 크게 위축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실의 연구용역을 수행한 동국대 대중문화연구소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위기의 한국영화, 비상구는 없는가' 토론회에서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의 한국영화산업 진단'이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영화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정부 영화진흥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현정 연구원은 "한국영화의 불안정한 수익구조가 시장 협소성과 관계된 상황에서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서 투자 수익률이 악화하고 제작·개봉 영화 편수가 줄었다"며 "올 상반기 한국영화 가운데 멜로, 코미디, 액션, 공포, 스릴러, 드라마가 전체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장르 편중 현상도 심해졌고 영화계 일자리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천80개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 상반기 한국영화 점유율이 2001년 이래 가장 낮아졌고 미국 직배사들의 점유율은 최근 3년간 59.1%나 증가했다"며 "스크린당 한국영화의 상영일수 평균도 61.8일로 지난해보다 21.8%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올 한국영화 매출액 추산치는 1천16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38.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극장망을 소유한 투자 배급사의 관객 점유율이 올 상반기 90%에 이르는 반면 한두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는 고사 위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미국 영화 평균 제작비가 편당 538억 원 정도인데, 영화진흥기금 4천억 원을 활용한 정부 방안의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투자조합 결성과 제작지원도 스크린쿼터 지원의 효과를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스크린쿼터 원상 복구만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시장 협소성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가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올해는 스크린쿼터 축소와 재벌 사업자들의 사업 재편 움직임, 노조의 등장 등 산업 패러다임이 변하는 해이며 미국 영화의 세계시장 독과점이 유례 없이 심각한 데도 영화업계는 단기적 시각에서 정책을 만들고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을 뿐 중장기적 안목을 가진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영진위는 중장기적인 전망을 내놓고 정책 지원을 해야 하며, 제작 현장에서 사업자들의 과도한 실적주의로 인해 생기는 문제가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책적 지원이나 법안 수립을 통해 어느 정도의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생 한국영화조명감독협회 이사장은 "영진위와 제협에서 신인 스태프의 경력 인증과 관리를 통해 우수한 현장인력을 확보해야 하며, 투자사가 무력한 제작사를 압박하고 그 고통을 스태프들에게 전가하는 제작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영화 지원 정책은 현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현실성이 없는 것"이라며 "현장 스태프 교육시스템 도입과 한국영화의 해외 배급망 구축, 정리된 영화인 복지정책, 독립영화 지원제도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진욱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영화산업 위기의 원인은 유통망의 부재와 낙후된 제작과정에 있다"고 전제한 뒤 "제작 관행 체계화와 예산의 효율적 집행으로 업계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 개척과 산업 인프라 보존을 위한 공공정책 지원이 필요하므로 공공기관과 업계의 협력을 통해 대안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상훈 전국연극영화과학생회연합 대표는 "실습과정에 학생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과도하므로 정부에서 학생 영화제작 지원사업을 마련해야 하며 정부와 학계, 학생들이 함께 만든 영화교육발전 로드맵이 필요하다"면서 "예비 영화인의 현장교육과 취업기회 확대를 위해 산학 협력 인턴제도 실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성원 서울영상위원회 사무국장은 "정부 정책에는 영화진흥의 개념은 있지만 국내 인력과 시설의 통합 관리와 산업 진흥의 개념이 없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해외작품의 국내 유치와 국제공동제작지원센터 운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전국영상위원회협의회 등 8개 영화단체와 함께 천영세(민주노동당)·손봉숙(민주당)·정병국(한나라당) 의원실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