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46년 넘은 교사를 허물고 새로 짓게 됐는데, 학생들이 1년 반 동안 꼼짝없이 컨테이너 안에서 수업을 하게 생겼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정영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학교 신축에 대한 학부모 설명회장에 바로 옆 아파트 주민들이 몰려왔습니다.
[아파트 주민 : (새 건물을) 30m 뒤로 가란 말이야. (뒤로 어떻게 가요?) 왜 못 가. 당신 누군데? 학부모인데 뭐. 뒤로 가라는데 뭘 못가?]
지은 지 46년이나 된 이 학교 건물은 위험등급 D등급을 받아 사용제한 조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운동장에 4층짜리 새 교사를 짓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아파트 주민 : 답답해. 여기다가 학교 건물은 안되지. 우리의 일조권도 있고, 요즘은 환경 보고 다 이사를 가잖아요.]
학교가 신축되면 아파트 가치도 올라가고, 아파트와 50m 이상 떨어져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계회사에서 설명했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학부모 : 제일 좋은 안은 전문가들도 (학교 건물을) 운동장에 짓고 그러면 제일 좋은데, 그러면 아파트 주민들이 (공사장에) 다 눕겠다고 그랬거든요.]
결국 운동장 대신 지금 건물 자리에 새 교사를 짓기로 했습니다.
공사기간 1년 반 동안 수업은 운동장에 컨테이너 20여 개를 놓고 하기로 했습니다.
[학교 교사 : 구청에는 물론 사방에 다 민원이 된거죠, 민원이라는게 법을 벗어난 민원도 있잖아요.]
게다가 아파트 주민들이 학교 설계안을 변경하라는 서명운동까지 벌이기로 해 학교 신축공사는 시작부터 다시 난관에 부딪히게 됐습니다.
새 학교 건물이 지금보다 3m 이상 앞으로 삐져나오게 돼 아파트를 가린다고 추가로 문제 삼았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주민들의 거듭되는 민원 제기에 학교건축심의위원장으로 중재 역할을 맡았던 모 시의원은 위원장직을 내놓고 말았습니다.
주민들은 아파트값 떨어질까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아이들이 컨테이너 수업을 받아야 하는 학부모들은 주민들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학부모 : 요즘 하도 집값 때문에 예민하시잖아요.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집단 이기주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