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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의 오역…외교석상서 말실수 만발 '진땀'

호주 외교관들은 외교 석상에서 딱딱한 격식을 차리는 대신 일상용어 뿐 아니라 비속어까지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들의 발언이 통역을 거치면 종종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곤 한다고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

주 인도네시아 대사 등을 지낸 전직 외교관 리처드 울코트는 최근 출판한 저서 '비외교적 행동'에서 잘못된 통역으로 인해 벌어진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가령 일본을 방문한 봅 호크 전 호주 총리가 "나는 여러분들을 귀찮게 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다(play funny buggers)"라고 말했을 때 통역사는 이를 "나는 동성애자들을 비웃으러 여기 온 게 아니다"라고 오역했다는 것.

또 캐빈 러드 호주 노동당 대표가 주 중국 대사로 부임해 호주와 중국이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연설했을 때 이는 "호주와 중국은 (성)관계를 맺으며 동시에 오르가슴을 즐기고 있다"는 해괴망측한 내용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물론 호주 외교관들만 '언어장벽'의 덫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울코트는 한국을 찾은 필리핀 전 외무장관의 '긴 조크' 사건 역시 잊지 못할 통역 실수담이었다고 추억했다.

한국인 통역사가 장관이 던진 긴 조크를 2~3개의 문장으로 압축해 전달하자 연회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트리며 박수를 쳤고 장관은 통역사를 불러 그의 실력을 칭찬했다.

그러나 통역사는 "솔직히 중간에 흐름을 놓쳤다"며 "사람들에게는 장관이 의례적인 조크를 했으니 웃으면서 박수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고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실수가 꽤 자주 일어난다고 밝힌 울코트는 "나도 통역을 해본 경험이 있지만 말 속에 숨은 의미를 전달하는게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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