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군부대 이전반대 집회 중 새끼돼지를 능지처참식으로 죽이는 퍼포먼스는 집회 주최측인 '군부대 이전반대 이천시 비상대책위원회'측 주장대로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일까.
29일 이천시 비대위에 따르면 이천시 주민 등 1천500여 명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송파 신도시 개발에 따른 특수전사령부 이전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집회 중 일부 주민들은 살아있는 새끼 돼지의 사지를 밧줄에 묶은 뒤 잡아당겨 '능지처참'식 퍼포먼스를 했고, 돼지가 죽지 않자 칼을 사용했다.
이런 사실이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알려지자 동물보호단체들을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지면서 비대위측은 사과와 더불어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이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돼지 능지처참이 계획된 일이 아닌 우발적인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그날 집회는 사전에 모의연습까지 할 정도로 아주 치밀하게 계획됐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측은 사과문에서 "부지이전 예정지 일부 주민들이 집회계획에 없던 돼지를 도살하는 퍼포먼스를 벌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과 이 사실을 접한 국민들을 놀라게 해드렸다"고 해명하고 "사전에 알고 있지 못했다 할지라도 사건 자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다"고 사과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당일 아침 혹시 화염방이나 위험물이 버스에 실려 있을까봐 사전 검열까지 했었다"며 "그러나 방송용 차량에 새끼돼지가 실려 있을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시 대정부 투쟁문 낭독이 끝나고 문화공연이 시작될 순서였다"며 "순간적으로 어색해진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는데 그게 오히려 돼지 퍼포먼스에 환호하는 것처럼 비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신둔면 주민들은 비난이 확산되자 오히려 "우리가 그렇게 잘못했느냐. 우리는 생존이 걸린 싸움을 하고 있다"며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보여주 듯 29일 이천시청 앞에서 동물사랑실천협의회와 한국동물보호연합회가 가진 '아기돼지 위령제'에 이천시 비대위측의 무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일부 신둔면 주민들이 나와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는 "책임자들이 석고대죄하고 사퇴하지 않을 경우 서명 운동과 항의글 게시, 추가 집회 등을 벌이고 대선주자들과 면담해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혀 우발성 여부를 떠나 '돼지 능지처참'을 둘러싼 파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