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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지방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

야근을 하던 9월 어느 날... 방송 기자가 다른 회사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야근일 겁니다. 회사마다 주기는

야근을 하던 9월 어느 날...

방송 기자가 다른 회사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야근일 겁니다. 회사마다 주기는 조금 다르겠지만 저희 회사는 보통 열흘에 한 번꼴로 야근을 합니다. 일반 회사의 숙직과 달리 아침 뉴스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보통 밤을 새우게 됩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한 평생 해야하는 숙명과 같은 것이지요.

태풍 매미 캣츠 강타..45억 피해

지난 9월 12일, 태풍 매미가 전국을 휩쓸고 간 날 밤 저는 바로 그 야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방송사의 뉴스를 모니터를 하고 있었습니다. 초속 50미터가 넘는 강풍을 동반한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제주와 영남 지방의 처참한 모습이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한 장면이 저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부산 벡스코 앞마당에서 공연중이던 뮤지컬 캣츠의 빅탑 시어터가 처참하게 찢어진 모습이었습니다.

지방 공연 문화 활성화라는 야심찬 포부를 펼치며 지방순회 공연에 나섰던 캣츠가 수원공연에 이어 부산 공연을 하던 중 그야말로 태풍에 날벼락을 맞은 것입니다. 곧바로 전화기를 들고 관계자와 통화를 했습니다. 피해는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빅탑 시어터는 다 찢어져서 완전히 새로 수입을 해야하고 고가의 음향장비와 무대장치도 물 때문에 고장이 나 수리를 하려면 영국에 보내야 한다고 하더군요. 공연 중단은 말할 것도 없고 아예 부산 공연 자체를 취소해야 할 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부산 관객들이 환불대신 공연을 해달라고 하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더군요.

캣츠의 야심찬 지방 순회 공연

사실 캣츠의 지방 순회 공연은 기대와 우려가 섞인 일종의 모험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과연 지방 관객들이 얼마나 올까하는 의문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 대형 공연은 공연 소비자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만 열렸습니다. 이 때문에 지방 관객들이 문화적으로 소외된다는 지적이 많이 있었습니다만 문화 소비자가 적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방에서 손해를 봐 가면서까지 공연을 올리 수 없는 것 또한 우리 공연계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캣츠는 이런 우려를 뒤로 하고 지방 순회 공연에 나섰습니다. 물론 캣츠가 지방공연에 나선데는 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비단 캣츠만의 문제는 아니라 우리 공연계가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갈수록 작품 규모와 제작비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 관객들의 호응 없이는 앞으로 대작을 만들어도 장기공연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지방 관객들을 공연 소비자 키우는 게 현재 가장 중요하다는 것 입니다. 1년 이상씩 장기 공연이 기본인 미국 브로드웨이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전체 관객의 절반 가량이 미국내 타지역, 그리고 국외 관광객들입니다. 그들이 있기에 장기공연이 가능하고 수백억원의 대자본이 투입될 수 있습니다.

지방 공연 흥행 가능성 확인

캣츠의 첫 지방 순회 공연지인 수원 공연은 그런대로 성공적이었습니다. 손익면에서 이익을 남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수원시 공연 기록 사상 최대인 만7천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첫 공연치고는 좋은 출발이었습니다. 게다가 입소문은 전국으로 퍼져갔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빨리 티켓을 오픈하라는 독촉의 글들이 올라 왔습니다. 탄력받은 캣츠의 부산 공연은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속에 제작진에게 자신감을 심어줬습니다. 그런데 바로 태풍 매미의 강풍이 모든 것을 날려버린 것입니다. 남은 것은 지방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방 공연 활성화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었습니다.

캣츠-지방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

그리고 한 달여, 캣츠 제작진은 블랙 빅탑 시어터를 호주에서 다시 들여왔습니다. 음향 장비도 영국에서 모두 수리해서 다시 들여왔습니다. 호주로 돌아갔던 배우들도 충분히 쉬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일정을 조정해 다음달 1일부터 광주 공연을 시작으로 다시 지방 순회 공연에 들어갑니다. 태풍 피해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광주 공연에서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무척 궁금합니다. 공연 문화의 활성화라는 숙제를 풀기위해 나선 캣츠가 어려움을 딛고 다시 한번 지방 관객들에게 공연 바람을 일으켜 주길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아마 관객들이 큰 박수를 쳐주지 않을 까 기대해 봅니다. 그라운드에서 부상당한 선수가 아픔을 이겨내고 다시 그라운드에 올라라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 때, 바로 그때 관중들이 보내는 그 격려의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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