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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한 풀었소

◎앵커: 북한을 다녀온 상봉단은 김포공항에 마중 나온 가족을 향해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야 50년 응어리를 풀었다는 말로 재이별의 아쉬움을 달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김희남 기 자입니다.

○기자: 피란길에 대동강을 건너다 막내아들과 생이별 한 서순 화 할머니는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제 눈 을 감아도 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50년 전의 6살짜리 응석받이는 이 제 팔순의 어머니를 걱정하는 어엿한 4남매의 가장이었습니다.

<서순화(82세): 여기 와서 돌아가시면 선산에 갖다 내가 잘 묻어드리고 그럴 텐데 어서 통일 되기만 바래라고...> 이것저것 선물을 챙겨보낸 남쪽의 생면부지 형 수님에게도 북쪽의 막내아들은 감사의 편지를 잊지 않았습니다.

<송순옥(서순화씨 며느리): 선물을 받아 안은 순간 형수님과 형님의 만나뵈옵고 싶은 마음에 서 더욱 간절해집니다.> 남쪽의 아내가 선물해 준 금가락지를 들고 가 북녘의 아내에게 끼워줬던 이환일 할아버지, 북 의 아내에게도, 남의 무덤까지 가져갈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면서 기뻐했습니다.

<이환일(81세): 죽기 전에 고향땅 밟고 왔으니 이제 한이 없지요, 뭐.> 아내와 딸을 만난 최성록 할아버지는 북에서 50년간 수절한 아내가 빛바랜 자신의 사진을 건네주며 이제부터는 나이 든 당신의 모습을 간직하겠다고 말해 평생의 회한을 풀었습니다.

<이번에 너희들이 다들 협조해 가지고 이북에 잘 상봉왔다, 고맙다, 고마워.> 그러나 109살 노모의 죽음을 또다시 확인한 장 이윤 할아버지는 어머니 산소에 성묘하지 못한 것을 끝내 아쉬워했습니다.

<장이윤(72세): 그 당시 감회라는 것은 처음에 부둥켜 안고 울기가 바쁘지, 뭐... 울기가 바빴 다고. 말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안 그래요? 내 개인의 비극이자 우리 남북 7000만 민족의 비극이오.> 꿈만 같았던 평양에서의 나흘. 서울집에 무사히 돌아왔어도 그 순간만큼은 쉽사리 머리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SBS 김희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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