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 외쳤지만…'70년 동맹' 균열 드러낸 나토 정상회의

이기성 기자 keatslee@sbs.co.kr

작성 2019.12.05 03:57 수정 2019.12.05 06:4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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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70주년을 맞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가 곳곳에서 균열을 드러내며 막을 내렸습니다.

나토 29개 회원국 정상들은 4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정상회의를 마치며 낸 공동 선언문에서 '대서양 동맹'의 유대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며 단합을 강조했지만, 첫날부터 끝날 때까지 곳곳에서 파열음이 빚어졌습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나토 '70돌'을 축하하고 세계 최대 군사동맹의 결속을 과시하는 장이 돼야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로 빚어진 나토 내부 갈등이 최근 확대되면서 시작 전부터 흔들리는 동맹의 현실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나토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과 일방적인 시리아 북동부 미군 철수 결정, 이에 따른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군사 공격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나토 뇌사' 발언 등으로 계속해서 불협화음을 냈고, 이는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당장 '나토 무용론', '나토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을 노골적으로 요구했습니다.

2024년까지 나토 회원국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너무 적다며 4%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가 증가세에 있다고 강조하고 나토 회원국들은 정상회의를 앞두고 25억 달러(약 2조9천500억원) 규모의 나토 운영비 분담금을 조정, 미국 몫을 줄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불만을 누그러뜨리려 시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계속됐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나토의 역할, 나토 동맹국인 터키의 위상,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문제 등 각종 현안을 두고 충돌했습니다.

첫날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의 '나토 뇌사' 발언을 두고 "(프랑스를 제외한 나머지) 28개 나라에 아주 못된 발언"이라면서 "프랑스보다 나토를 더 필요로 하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고 반격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과 나토 동맹국 사이의 협력과 미국의 리더십 부재, 터키의 예측 불가능성을 언급하며 나토가 뇌사를 겪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해 논란을 불러온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함께 좋은 일을 많이 했다"며 다소 누그러진 발언을 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뇌사상태라고 한) 그 발언을 물리지 않겠다"고 맞섰습니다.

급기야 4일에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마크롱 대통령과 대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험담하는 듯한 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며 긴장이 또 한 번 고조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트뤼도 총리)는 위선적인 사람(two faced)"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고, 이후 이날 정상회의가 끝나고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트위터를 통해 갑자기 취소하고는 곧바로 워싱턴으로 떠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최근 설전을 벌인 마크롱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간의 신경전도 이어졌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상회의를 마친 뒤 쿠르드 민병대를 테러 단체로 볼 것이냐의 문제를 두고 터키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시리아의 극단주의 테러 단체인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서방의 동맹국들에 협조해온 쿠르드 민병대를 나토의 회원국인 터키가 공격한 이후 서방국가들과 터키는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이처럼 나토 내부의 불화가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정상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런던 선언'은 해결책을 찾는 대신 분열과 이견을 가려보려는 시도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