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불우이웃도 많은데 왜 난민만 돕죠?" 정우성의 대답

정우성|배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저자.

SBS 뉴스

작성 2019.11.29 11:00 수정 2019.11.29 11: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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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갖기 쉽다. 주변의 편견과 의도된 가짜 뉴스에 휩쓸리기도 쉽다. 인간의 본성상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난민'도 많은 사람들이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대상 중 하나다. 하지만 난민에 대한 여러 객관적인 사실들을 알고 보면, 그들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부풀려진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난민을 둘러싼 여러 오해와 그에 대한 얘기들을 이어가고자 한다.

⊙ 범죄자나 테러리스트가 난민에 섞여 들어올 수 있다?

우리에게는 매우 엄격한 난민 심사 과정이 있다. 난민 심사는 여권 확인하고 간단한 면접을 하는 입국 심사나 비자 심사 같은 게 아니다. 난민지위협약과 국내 난민법에 따라 국제 기준에 맞추어 매우 엄격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난민 신청자는 그 과정에서 자기 신분을 완벽히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범죄자나 테러리스트가 난민 인정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국에서는 물론 심사국까지 오는 과정에서 범죄 기록이 있다면 난민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심사하는 국가 차원에서도 이들을 한번 잘못 받아들이면 매우 곤란해지기 때문에 그 사람이 그 나라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왜 우리나라에 왔는지 등을 철저하게 조사한다. 그러다 보니 심사 과정이 길어지고, 수백 명의 대기자가 생기고는 하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정우성⊙ 이슬람 난민은 위험하다?

유럽 등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 등의 영향으로 이슬람 난민을 범죄 집단처럼 보는 시각도 있는데, 극히 일부 극단주의 성향의 무슬림 난민이 그랬다고 전체 무슬림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2007년 미국 버지니아에서 한 한국계 청년이 무차별 총기 난사로 수십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미국인들이 그것을 가지고 한국 사람들 중에 살인마가 더 있을지 모른다고 단정 지어 버렸다면 어땠을까?

유엔난민기구 통계 자료를 보면 난민 출신의 범죄자 비율은 실제로는 아주 낮은 수준이다. 기존 거주민의 범죄율보다 훨씬 낮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가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데, 겨우 얻은 그 지위를 상실할지도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범죄를 저지르겠는가? 설령 어떤 난민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대부분의 경우 그건 난민 범죄라기보다는 개인의 일탈로 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극히 소수의 사례를 가지고 난민 전체를, 특히 이슬람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은 난민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 때문이다. 종교를 이유로 가하는 차별이기도 하다,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차분한 시선과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이유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정우성⊙ 여성이나 아동은 몰라도 젊은 남성은 안 된다?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이 사람들이 주로 젊은 남성들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난민에 여성, 남성, 아동, 청년, 노인이 따로 있을 수는 없다. 대부분의 난민은 가족 단위로 이동하고, 따라서 그 안에는 남녀노소가 두루 있다.

다만 우리 눈에 난민 신청자로 젊은 남성들이 주로 눈에 띄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불확실한 미래에 전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모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누군가가 도착하여 난민 신청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른 가족을 데리고 오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때 여성이나 아동, 노인보다는 젊은 남성이 먼저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예멘에서도 그렇듯 내전으로 대량 난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하지 않는 전쟁에 징집과 집총을 거부하며 국경을 넘은 이들도 많다. 내가 작년 제주도에서 만난 예멘 난민 신청자들은 기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전직 사이클 국가대표 등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이들이었다. 정부군과 반군에 모두 동의할 수 없어 징집을 거부하면 그로 인해 가족들이 괴롭힘을 당하기에 예멘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들의 이야기다. 기자 중 한 명은 반군에 반하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고문을 받다가 탈출해 온 사람이기도 했다.

이렇게 난민들의 사정을 전하고 오해를 풀어달라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많은 분들이 종종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다. "한국에도 불우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굳이 외국 사람만 돕자는 거죠?"

이것 역시 오해다. 나는 난민만 돕거나 난민을 우선해서 돕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안에서 힘들게 살고 계신 분들을 외면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분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다만 여유가 된다면 눈을 들어 더 먼 곳을 함께 바라보자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게다가 인권은 누가 누구보다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인권에는 우선순위가 없다.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도 중요하고, 마찬가지로 저 멀리 예멘 난민의 인권도, 남수단 난민의 인권도, 로힝야 난민의 인권도 중요하다.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서로를 존중하고 조금 더 배려하는 사회, 나는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꿈같은 얘기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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