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 뒤로 하고 형제로 접근…분단영화 100년 변천사

김희남 기자 hnkim@sbs.co.kr

작성 2019.10.12 21:16 수정 2019.10.12 21:4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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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서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담은 이야기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입니다.

이른바 분단영화가 지난 100년 동안 한국영화에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김희남 기자가 되돌아봤습니다.

<기자>

이념이 지배했던 1960~70년대 분단영화들은 관제 반공영화 일색이었습니다.

남과 북은 명확하게 선과 악, 이분법으로 그려졌습니다.

군부정권의 문화 탄압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안성기/한국영화 100년 홍보위원장 : 영화는 그 시대의 거울이죠. 암울하면 암울했던 그 시대의 모습이 있을 것이고, 희망이 있으면 또 희망적인 모습….]

정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면서 분단영화도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습니다.

영화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관계를 연인과 형제로 접근하는 파격을 선보였습니다.

두 영화 모두 30억 원을 넘는 제작비에 관객 수 6백만 명 안팎을 기록하며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를 낳았습니다.

[박찬욱/'공동경비구역 JSA' 감독 : 다른 상상을 허용하지 않았던 시대에 질식할 것 같은 감정이 있었습니다. 그걸 한번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분명한 의식이 있었습니다.]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것도 분단영화 입니다.

인권을 저당 잡힌 채 살인병기로 길러진 북파공작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실미도', 전쟁으로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 형제의 비극을 다룬 '태극기 휘날리며', 두 영화는 2004년 잇따라 1,000만 관객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강제규/'쉬리''태극기 휘날리며' 감독 : 할리우드가 흉내 내거나 할리우드에서 꾸며내지 못하는 스토리라인, 한국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얘기 구조입니다.]

이후 스포츠 남북단일팀, 이산, 탈북 등 소재는 더욱 다양해졌고 북핵을 포함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시선과 인식도 남북을 넘어 국제관계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양우석/'강철비' 감독 : 분단의 원인이 내부에 있었던 게 아니고 외부에 있었기 때문에 비핵화 문제나 한반도 분단 문제나 이런 게 단순히 민족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스크린 위에는 분단시대를 관통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분단은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도 여전히 한국영화의 화두입니다.

(VJ : 윤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