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더 독특해진 후반기의 류현진

이성훈 기자 che0314@sbs.co.kr

작성 2019.08.16 15:13 수정 2019.08.16 17:1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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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2019년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에는 건강, 결혼과 함께 투심 패스트볼을 빼놓을 수 없다. 불과 2년 전까지 보기 힘들었던 투심 패스트볼이 주 무기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류현진이 습득한 수준급의 커터에게, 초반 궤적-속도가 같고 중후반 궤적이 정반대인 투심은 천생연분이었을 것이다. 서로의 효과를 높였을 것이다.

그리고 후반기에 류현진은 투심을 훨씬 더 많이 던지고 있다.
류현진 투심 전후반기 비교전반기에 비해 포심 패스트볼이 반 토막 났고 투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후반기에 투심 증가 폭이 류현진보다 큰 투수는 2명뿐이다.

투심은 땅볼 유도에 효과적인 구종이다. 그래서 류현진은 후반기 전체 타구의 55.7%를 땅볼로 유도했다. 이미 생애 최고치였던 전반기의 50.7%보다 더 올라갔다. 후반기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들 가운데 땅볼 비율 4위다. 즉 류현진은 빅리그 후반기 최정상급의 땅볼 투수다. 팀 허드슨, 제이크 웨스트브룩 등 '왕년의 땅꾼'들과 비슷한 땅볼 비율을 기록 중이다.
류현진 후반기 땅볼 비율투심의 부작용도 잘 알려져 있다. 헛스윙을 유도하기에 부적합하다. 류현진의 구종 가운데 헛스윙 비율이 가장 낮은 공도 투심이다. 그래서 투심 투수들은 대체로 탈삼진 비율이 낮다. 류현진의 후반기 탈삼진 비율이 확 떨어진 제일 중요한 이유도 투심 증가일 가능성이 높다.

또 제대로 제구되지 않은 투심은 어퍼스윙에 걸리면 장타로 이어진다. 빅리그에서 어퍼스윙이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도 한동안 투수들이 땅볼 유도를 위해 너도나도 투심-커터 등 변형 패스트볼을 던졌기 때문이다. 타자들은 살짝 휘며 떨어지는 패스트볼을 '들어 올리기'로 대응했다. 그러자 투수들은 다시 어퍼스윙이 대처하기 힘든 '포심-커브 콤보'를 장착했다. 투심은 유행에 뒤떨어진 공이 됐다. 게릿 콜, 라이언 프레슬리 등 투심을 던지던 투수들을 데려와 포심 투수로 바꿔 부활시킨 휴스턴의 성공 사례를 앞다퉈 모방한다. '투심의 시대는 끝났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류현진 선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조금 과장하자면 류현진은, 2019년 메이저리그에서 '실패 레시피'로 낙인찍힌 전술로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된 것이다. 광속구- 삼진- 홈런이라는 빅리그의 최신 트렌드에 류현진은 정면으로 반항하고 있다. 후반기에 그 반항의 강도는 더 높아졌다. 당대의 유행을 선도하는 투수가 아니라, '대놓고 반항아'가 사이영상을 받는다면, 그야말로 역사적 혹은 비현실적 사건이 될 것이다. 이미 지금까지 만으로도 믿기 힘들 정도로 비현실적이지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자료=brooksbaseball.net, baseballsavant.com, fangraph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