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최저임금 보장하라" 판결 이후…사납금 인상 맞불

김민정 기자 compass@sbs.co.kr

작성 2019.07.13 21:02 수정 2019.07.14 07: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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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회사 택시 기사들은 사납금이라고 매일 벌어서 회사에 내야 하는 금액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 금액이 너무 높다는 여론 때문에 국회에서 사납금 제도를 없애고 월급제를 하자는 법이 추진되고 있는데, 일부 회사들이 이런 때에 사납금을 더 올리고 있습니다.

김민정 기자가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전주 법인 택시기사 전복철 씨.

27년째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통장에는 빚만 쌓였습니다.

지난 6월 하루 11만 원이던 사납금이 16만 원으로 오른 뒤 빚이 더 늘었습니다.

[전복철/법인 택시기사 : (부가세 10%를 공제해버리니까) 실질적으로는 18만 1,230원을 벌어야 16만 원대를 맞출 수 있는 거죠. (실제로) 60% 정도밖에 벌 수가 없어서 임금을 주기는 주는데 왼쪽에서 주고 오른쪽에서 미수금으로 (공제를 해요.)]

택시업계는 노사가 합의해서 하루 근로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만큼의 최저임금을 급여로 지급해 왔습니다.

근로시간을 짧게 정해 회사가 지출하는 급여를 줄이고 대신 택시기사는 더 많이 일한 만큼 사납금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성과금으로 가져갔습니다.

택시기사 입장에선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인데, 최근 사납금이 또 오른 겁니다.

회사가 이렇게 갑자기 사납금을 올린 건 택시 기사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라는 지난 4월 대법원 판결 직후부터입니다.

대법원은 실제 근무시간보다 단축된 근로시간 합의는 불합리하다며, 최저임금 미달을 회피하려는 부당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판결에 따라 사측이 기사들의 근로 시간을 제대로 계산해 고정급을 주면서 인건비 지출이 늘자 대신 사납금을 올린 겁니다.

전 씨 회사는 대법원 판결 직후 근로 시간을 4시간에서 6시간 40분으로 올린 뒤 사납금을 11만 원에서 16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한 시간에 평균 1만 4천 원 정도의 수입으로는 사납금도 채울 수 없는 처지에 기사들이 몰린 겁니다.

초과 근무를 많이 한 기사들만 간신히 수십 만원을 손에 쥐는 수준입니다.

[박귀한/법인 택시기사 : 대법 판결 때문에 최저임금을 맞춰주기 위해서 사납금을 인상해야 된다는 논리로 사납금을 인상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어요.) 광주지역 같은 경우엔 일 사납금을 3만 5천원씩 인상했습니다.]

법인 택시의 사납금을 폐지하고 기사 월급제를 시행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까지 통과됐지만 현장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택시 월급제는 2021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5년 이내에 다른 시도에도 도입되는데 도입 과정에서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주용진, 영상편집 : 김준희, CG : 정현정)